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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캐나다·호주 보다 주택·노동시장 양호하나...근원물가 경직적"

하상렬 기자I 2023.06.19 14:00:00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긴축 재개'' 캐나다·호주, 서비스물가 중심 상승 모멘텀
4월부터 반등… 주택·노동시장, 민간소비 영향
한은, 추가 긴축 기로에서 양국 상황 주시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최근 금리 인상을 재개한 캐나다와 호주의 소비자물가 상승 모멘텀이 다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국 모두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만큼, 우리나라 통화정책에도 유사한 상황이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2019년부터 매년 6월과 12월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3개월 변화율.(출처=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와 호주의 3개월 물가상승률 변화율(계정조절 연율)은 지난 2~3월 저점을 찍고 4월부터 반등했다. 캐나다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 모멘텀이, 호주는 소비자물가 상승 모멘텀이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캐나다와 호주의 물가상승률 확대는 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캐나다는 서비스물가 상승 모멘텀이 작년 중반 이후 축소되다가 최근 2개월 연속 확대됐다. 호주의 경우 작년 하반기 이후 뚜렷하게 확대돼 최근 7%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이들 국가의 서비스물가 상승 모멘텀 확대는 주택시장, 민간소비 및 노동시장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캐나다와 호주의 주택가격은 팬데믹 이전 대비 크게 상승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 내 집세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양국 모두 4월 소비자물가지수 내 집세 상승률(전년동월비)이 5%를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1%에 머물렀다. 이들 국가는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순이민자가 큰폭으로 늘어 주택수요가 확대된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빠른 민간소비 회복세도 물가상승 모멘텀 확대의 요인이다. 이는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임을 시사한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캐나다와 호주에서 가계의 초과저축이 상당히 누적된 점이 민간소비의 빠른 회복을 뒷받침하는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캐나다의 가계 누적초과저축율은 약 27%를 보였고, 호주는 25%를 소폭 밑돌았다. 아울러 작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내수 여건 개선 요인으로 꼽혔다.

캐나다와 호주의 노동시장이 매우 빡빡한(tight) 상황으로 평가되는 점도 물가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다. 양국 모두 노동수요가 높은 가운데, 팬데믹 시기 해외로부터 유입된 노동자 감소 등 영향으로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단위노동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위노동비용은 산출물 1단위 생산에 드는 평균노동비용이다.

서비스물가 3개월 변화율.(출처=한국은행)
캐나다와 호주의 물가상황은 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느냐를 가늠해 주는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호주중앙은행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했는데 지난달 인상했다”며 “그걸 보고 한은이 절대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은 현재까진 캐나다와 호주에 비해 우리나라 상황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택가격이 상당폭 둔화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빡빡한 정도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은 소비와 고용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경직적인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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