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현 기준금리 긴축 수준이나 시장금리는 '긴축 정도 상당폭 축소'"

최정희 기자I 2023.06.08 12:00:00

한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금리 인상기, 네 개 국면으로 구분…작년말 이후 ''금융불안 대응''
3.5% 금리, 중립금리 소폭 상회하는 긴축 수준
장단기 국고채 금리 하락, 긴축 정도는 상당폭 축소
고물가 불안부터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까지 리스크 산재
통화정책 조기 전환...

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연 3.5%가 중립금리 범위를 소폭 상회하는 ‘긴축’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점을 고려하면 긴축 정도가 상당폭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의 높은 불확실성 △금융불균형 해소 지연 가능성 △외환부문 불안 가능성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 등이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결정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는 크게 네 개 국면으로 나뉜다. 2021년말까지는 집값 급등과 빚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대응했고 작년 1월부터 8월까지는 고물가에 대응했고 9월부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 불안에 대응했다면 작년 11월부턴 금융불안에 대응했던 시기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4분기 이후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함에 따라 한은은 유동성 지원 등 시장 안정화 조치로 대응하는 동시에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현 기준금리 3.5%를 중립범위를 소폭 상회하는 긴축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 긴축의 정도는 상당폭 축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 곡선은 작년 10월 이후 하향 이동한 가운데 장기물이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대 약화,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한동안 하회하기도 했다.

자산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것은 금융여건이 여전히 긴축적인 수준임을 시사한다. 반면 광의통화(M2) 및 신용공급 측면에선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으나 기업 신용은 꾸준히 증가해 제약 정도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리스크 요인들 중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의 하방 경직성이 여전히 커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와 관련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직·간접 경로를 통해 장기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인플레이션의 글로벌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어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이 글로벌 물가를 재상승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가계부채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주택가격이 소득 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주택 가격 하락세를 빠르게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은행 가계 대출도 재차 증가세다. 경상수지 적자 속에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리나라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금리 인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 속에 금리 인하를 자극하는 요인도 잠재해 있다.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여타 부문 및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작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증권 관련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 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채권시장에는 은행채의 대규모 만기 도래,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소진에 따른 주택저당증권(MBS) 추가 발행, 세수 실적 부진에 따른 국채 발행 등 수급 부담도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러한 부담이 일시에 집중돼 투자 심리 위축, 비우량 채권 구축 및 유동성 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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