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시곗줄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애플은 소비자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렇게 ‘쉬운 스트랩 교체’를 위해 애플은 머리카락 12분의 1만큼의 오차까지 줄이는 장인정신을 발휘했다. 지난 1일 미국 IT매체 ‘더 버지’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2명과 인터뷰를 전했다.
◇ “스프링 하나 만들려고”..롤렉스보다 CNC기계 더 많이 산 애플
애플워치 뒷면에는 스트랩 교체를 위한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스트랩은 옆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나며 빠지게 된다. 새로운 스트랩을 끼워 넣으려면 그냥 밀어 끼우면 된다. 스트랩에 달린 세 개의 결합 부위는 애플워치 뒷면 버튼에 맞물리면서 고정된다.
이 단순한 과정을 위해 애플은 머리카락의 12분의 1인 ±5μm(미크론)까지 오차를 줄여야 했다. 작은 부품이 돌아가는 각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미친 수준’까지 정교한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1대당 약 200만 달러 (한화 약 26억원)인 스위스제 CNC 기계(컴퓨터로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기계)를 수백 대 구매했다. 일반적인 CNC 기계는 오차범위가 ±50μm(미크론)이었기에, 오차범위가 ±5μm(미크론)까지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스위스제 CNC 기계를 구매해야 했다고 한다. 애플은 그렇게 만든 스트랩 결합 부분을 ‘X206’라고 이름 지었다.
애플 전 엔지니어는 “당시 스위스제 CNC 기계의 최대 구매자는 롤렉스였다. 하지만 애플은 롤렉스를 포함해 어느 회사보다 많은 기계를 사들였다”며 “이 기계설비를 작동시키기 위해 애플 엔지니어들은 공장 바닥에 침낭을 깔고 일주일 24시간 밤샘 작업을 해 야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애플은 X206 속 작은 스프링 4개를 조립하기 위해 전체 자동화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애플 전 엔지니어는 “기존 제품에서 스프링을 뺄 수는 있겠지만 다시 조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왜냐면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 장치를 조립하기 위해 전체 자동화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워치가 본체와 스트랩이 따로 떨어진 채 포장된 이유도 애플의 숨은 설계다. 소비자는 처음 애플워치 상자를 열며 자연스럽게 본체와 스트랩을 끼우게 되는데, 이것 자체가 ‘스트랩은 교환 가능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려 준다는 설명이다. 유명 시계 전문 매거진 호딩키의 전 편집장 스티븐 풀비렌트는 더 버지에 “사람들은 시곗줄을 바꾸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애플이 스트랩 교환을 대중화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