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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군이 무단 점유한 사·공유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7배인 2155만㎡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6%가 사유지다. 이에 최근 5년 간 법원이 군의 사유지 무단점유에 대해 원상회복 및 반환을 선고한 사건만 총 100여건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이행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국방부는 2017년 ‘군 무단 점유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국방개혁 2.0’ 주요과제로 토지 소유자에 대한 배상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군 당국이 법원의 반환판결 이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실제 권익위에 제보된 고충민원 등을 보면 군이 47년간 사유지에 무단으로 벙커를 설치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토지 소유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군사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토지를 반환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군은 소송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무상 사용을 요구했다. 소유주는 “벙커를 철거해줄 것이라 믿고 소송 비용까지 부담했는데 또 다시 무상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군사적 필요 여부를 판단해 무단 점유한 토지를 매입하고 매입 시까지 토지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군에 권고했다.
그런가 하면 ‘벙커를 철거하라’는 판결이 난 후에도 10년째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유지를 무단 점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권익위는 군이 벙커를 철거해 토지를 원상 복구한 뒤, 조속히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또 과거 5년간 사용료를 지급하고 반환 식까지 재산세도 비과세하도록 했다.
법원이 사유지에 무단 매설한 오수관·하수관을 철거하라고 판결하자 땅주인에게 직접 철거한 후, 비용을 청구하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토지 소유주는 철거 비용만 10억원에 달해 자신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권익위에 제보했다.
문제는 권익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군이 무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권익위로서는 당장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비슷한 고충민원이 반복 접수되면서 권익위는 개별 사안에 대한 권고와 더불어 2019년 더이상 군이 법원 판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이 번복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당시 “향후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관리 훈령’ 개정 시 관련 내용을 추가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도 이같은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준호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군사적 필요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권익 침해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방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