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그동안 군사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됐던 파주·연천·철원 일대 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강남의 아파트와 상가 빌딩 등을 바라보면서 “우리 조상님이 이 땅 한 뼘만 사놓기만 하셨어도….”라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접경지 땅이 그 두 번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 주말 동안 파주와 철원 등지에 임장(현지답사)하러 갔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땅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등 남북 훈풍에 설레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틈을 파고들어 기대가치가 높은 땅에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기획부동산 역시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토지 투자에 관심 없던 이들도 솔깃해지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호구’를 잡기 좋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은 자신을 기획부동산이라고 절대로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토지 투자 희망자들에게 기획부동산을 조심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에 파주 등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토지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H경매’ 회사는 이전에는 ‘S경매’라는 이름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를 팔아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기획부동산이다.
이들 기획부동산은 계속 상호를 바꾸고 다시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메뚜기식’ 영업을 한다. 설령 토지 투자자들이 기획부동산에 속아 피해를 봤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토지는 아파트와 달리 ‘비싸다’, ‘싸다’는 가격의 적정성을 산정하기 힘들고 기획부동산의 말처럼 개발 계획은 잡혀 있는데 말 그대로 ‘계획’뿐인 사례도 있다.
남북 평화는 한반도 부동산시장에 둘도 없는 대형 호재다. 그 축제의 현장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 호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