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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권한대행 행보 지켜볼 때
야권은 정부와 여당에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정국 수습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포함된 협의체가 오히려 행정부 내 혼선을 더욱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법적인 절차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정국 수습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탄핵 이후 권한대행을 황교안 국무총리가 하는 것으로 못 박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전에 야권이 황 권한대행을 흔드는 것은 정국 수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자격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황교안 체제에 대해 ‘묵인’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에 대해 “적임자가 아니고 물러나야할 사람이라고 판단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서 황 총리가 중립적 태도로 국정 안정을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황 총리 등 각부처 장관을 불러서 대정부질문을 내실있게 하면서 국정공백에 위기를 국민들이 안심시키는 계기도 만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정부의 로드맵도 제시받도록 하겠다”면서도 “그분(황 권한대행)이 끝까지 갈까 안갈까는 민심도 보고 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가 황 총리의 교체를 앞장 서서 주장해왔음에도 “헌법 질서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한 만큼 국회가 박 대통령의 공백을 황 권한대행이 수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다.
◇새누리당 내홍 수습이 선결과제
민주당이 내세운 정국 수습 기구 ‘국회·정부 협의체’는 국민의당에서는 ‘여야정 협의체’라고 표현한다. 차이는 새누리당 현 지도부에 대한 신임 여부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회·정부 협의체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친박 지도부 때문”이라며 “새누리당 최고당원이 탄핵됐는데 그 당 대표가 장을 지지기는 커녕 물러나지 않아 의아스럽다”고 했다.
그만큼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 세력의 재정립은 우리 정치를 위해서도 발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탄핵 가결에 책임이 있는 이정현 대표체제의 새누리당 지도부의 용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동반 사퇴 후 친박 성향의 대표를 세우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택도 없는 소리”라며 “친박 대표인 이정현 대표도 대화 상대로 인정 안 했는데 친박 원내대표를 세우면 대화 상대로 인정할 거 같으냐”고 못 박았다. 국민이 촛불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내린 만큼 친박 역시 정치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우리가 (새누리당) 당내 문제에 대해서 지금 개의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비박 비상시국회의 분들도 저하고 쭈욱 대화를 해왔고 (새누리당 탄핵 찬성표가) 62표 나와서 접촉은 잘했다 이렇게 생각한다. 거기랑도 대화를 해야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화 상대를 비박계로 한정한 셈이다. 민주당이 친박 지도부의 퇴진을 종용했다면 국민의당은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 차이 정도다.
이에대해 새누리당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친박 진영은 탄핵 충격파에 입장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비박 진영은 친박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 사이를 오가며 당내 분란을 진정시켜왔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마저 이정현 당 대표의 동반 사퇴 언급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새누리당 내홍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앞서 새누리당을 빠져나간 탈당파들이 새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을 띠고 있다.
새누리당의 참여 없이는 국회 내 정국 수습 기구가 공전할 수밖에 없다. 여당 내 조속한 당권 이양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