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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천경자(1924~2014) 화백의 추도식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천 화백의 영정사진이었다.
영정사진 속 천 화백은 단아하게 뒤로 넘긴 머리에 얼룩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왼손에 담배를 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정사진은 1992년 4월 이은주 사진작가가 서울 압구정동 작업실에서 천 화백이 그림을 그리기 전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즐기던 순간을 담은 것.
천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작업 전 지그시 시간을 음미하는 천 화백의 눈빛과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던 모습이 잘 어울려 영정사진으로 삼았다”며 “당시는 1991년 ‘미인도’ 위작 파문을 딛고 새롭게 작품을 시작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생전 천 화백은 소문난 애연가이자 애주가였다. 걸걸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시인 고은과 화가 김환기 등 당대 예술인과 담배와 술을 즐겼다고 한다.
천 화백의 직계 제자인 이숙자 전 고려대 교수는 “천 화백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도 담배를 피우며 지도했다”며 “남성권위주의적인 당시 대학가에서 천 화백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천 화백은 지난 8월 6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타계했다. 타계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86일 만에 이날 추도식이 열리게 됐다. 추도식에는 이 전 교수 외에도 조각가 전뢰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과 최성숙 문신박물관장, 이성순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을 비롯해 200여명의 문화인과 시민이 참석해 천 화백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