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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일문일답]한은 총재 "기계적 인상 안한다"

문정현 기자I 2011.05.13 13:30:07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13일 13시 2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물가가 한은 목표치인 4% 상한선을 넘고 있기 때문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으나 "베이비스텝이 기계적인 징검다리 인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반드시 격월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단순한 물가 수준이 금리결정 요인이 될 수 없으며, 환율과 부동산 등 정책조합을 고려하겠다고 시사했다. 김 총재는 "인플레이션 타게팅이 일차적 목표인데 물가라는 것은 최종 내생 변수라 환율 뿐만 아니라 다른 변수도 봐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일일히 변수를 관장할 수 없어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단독 조사권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최종대부자인 한은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 총재는 "현재 중앙은행이 감독 기능을 못 가진 나라는 일본, 영국, 캐나다 밖에 없다"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이 남이 주는 정보만 받아야 하는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전문.

-4월 물가상승률이 4.2%였다. 전달보다 내려갔지만 넉달째 4%를 넘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이번달 동결이 소비자물가 완화 추세가 이어질것으로 봤기 때문인지. 10월부터 격월로 올렸는데 베이비스텝의 보폭이 넓어진다고 보는건지 아니면 베이비스텝 필요성이 없어진 것인가.

▲전년동월대비 낮아졌지만 전월대비 상승폭을 보면 0%다. 몇 달 전에는 0.9%, 0.8% 수준이던게 0%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봐서 동결했느냐. 그것은 아니다. 물가가 한은 목표인 4% 상한선을 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우선 높다고 보고 대처하고 있다. 이번 동결은 반드시 물가 안정 때문은 아니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긴 하나 우리 전망치인 3.9%는 절대 낮지 않다. 하지만 베이비스텝이 기계적인 징검다리 인상은 아니다. 보폭은 25bp라는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인도, 러시아 빼고 나면 25bp 올려왔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 정도의 보폭으로 움직인다는 말을 했었고 그것이 기계적인 인상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1월과 3월 올렸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대내외 여건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조심스럽게 경제상황을 봐야하기 때문에 현 수준을 유지했다.

-한나라당 신임정책위원회 의장이 모든 수단으로 물가 잡겠다고 말했고 정치권에서는 고환율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조사권과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아무 기관에나 행정권을 줄수 없다고, 한은 행정권 부여가 법위반이 아니냐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가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다는데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 없다. 말하는 순간 환율에 대한 저의 생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환율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그렇다. 하지만 환율정책을 물가만을 위해 쓸 수는 없다. 중요한 변수이지만 물가를 위해 쓸 것이냐는 경제 변수를 봐야 한다. 거시 경제변수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 아래서 중앙은행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물가 안정을 위한다는데 왜 금리를 동결했냐, 물가는 공급 측면의 물가 요인이 있는데, 반 조금 안되는 정도가 이 요인 때문인데 나머지 가운데 하나가 수요 측, 그보다 큰 것이 기대심리다. 금리를 가지고 공급측면 상승을 막을 순 없고 수요나 기대심리, 장기적인 기대심리를 관리할 수 있다. 금리를 가지고 인플레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고 매우 신중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몇 달 올렸다. 하지만 이번 동결한 것은 그런 변수를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변수의 위험요인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두번째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중앙은행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금융안정에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이 뭔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여기서 유예되서는 안된다고 본다. FSB 회의에 참가해보면 중앙은행이 감독기능을 못 갖는 곳은 일본, 영국, 캐나다 밖에 없다. 일본은 어느정도 조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린 없기 때문에 최종대부자로서 그런 중요한 정보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인식이다. 다만 모든 감독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중앙은행인데 남이 주는 정보만 받는 곳이 어디냐고 거꾸로 묻고 싶다. 글로벌 추세에 맞는 중앙은행이어야 한다. 조직의 이기주의라고 표현할까봐 신중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추세를 보고 말해야지, 벗어나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환율과 금리의 정책적 조합이다. 원화 강세가 금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최근 유가가 조정을 받았고 그리스 채무 재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유럽 위기가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는데 지난 4월 이후 물가나 성장 면에서 전망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가 엔화, 달러, 유로화 등 통화 다변화를 하고 있는 추세인데 한은도 같이 움직이고 있나.

▲셋 다 민감한 주제다. 첫번째는 금리는 금리 자체 수준만 보고 결정하는게 아니라 인플레이션 타겟팅이라는 정책 목표가 있다. 이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이걸 성취하기 위한 수단은 금리 밖에 없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물가를 봐야하는데 물가라는 것은 최종 내생 변수이기 때문에 환율 뿐만 아니라 다른 변수도 봐야 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일일히 그 변수를 관장한다고 할 수 없고 정책조합을 가지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 관계되는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뤄나가는 것이다.

유럽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재정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리스는 특히 심하다. (위기가) 유로존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란 루머도 있었다. 이 세 나라의 GDP 비중이 5%가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위험도, 작은 것이 나오더라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모든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지 하방위험이 있다고 해서 현재 성장과 인플레 전망을 바꿀만한 단계는 아니다. 매 석달마다 전망을 바꾸기 때문에 한 두달 뒤에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지 고려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성장, 인플레 전망 바꿀만하지 않다.

호주 달러를 포함해서 다변화를 말했는데 원칙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특정자산 투자는 내가 결정하지 않고,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세가지 기본원칙이 있는데, 첫번째는 안전하냐, 그리고 위기 때 쓸만큼 유동성이 있냐, 이 두 원칙을 지키더라도 소위 말하는 수익성을 추구한다.

-일단 통화정책 결정문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 지속되고 있다고 적혀있다. 동결결정에 5.1 양도세 완화하는게 고려됐는지 일고 싶다. 지난 9월도 부동산 얘기가 있었다. 그리고 금리를 인상하고 동결하는 것이 시장 예상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화정책이 너무 틀리게 가는것 아니냐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한은법 개정의 6월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는데 내용이 충분한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금통위에서 중요한 정책인데 고려되지 않은 것은 없다.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해 나름 고려했다. 특정 정책 하나만 가지고 연결하면 안 맞을 수 있다. 변수를 하나하나만 보면 예측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부동산이라는 것, 건설투자라는 것은 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고 그 중요성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잘 고려했지만 영향을 일대일로 설명하기 어렵다.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면 사고가 나는 것이 맞지만 난 그런적 없다. 금리 정상화의 속도와 폭이 과제인데 그것은 매달 금통위에서 그 당시 주어지는 정보를 보고 최선을 다 한다. 깜빡이 안 하면 직진한다 생각할 수 있고 아니면 급하게 회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소통의 문제, 정보 입수의 문제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격차는 있을 수 있겠으나 시그널과 방향이 틀린 일은 없다. 일부러 반대방향이나 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보의 격차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 내용이 충분하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것이 많다. 나름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 금융제도 변화에 대해 생각해왔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말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이 법사위는 오랜, 많은 의견이 집약된 것이고 지금은 통과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몇 년 전에 왔으면 모르겠으나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경제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리동결의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달라. 지난달과 이번달 달라진 여건이 무엇인가.

▲반복된 질문인데 (기준금리가) 변했어야 하는데 왜 안변했나 즉 시장의 기대와 왜 같지 않냐 질문인데. 금리 정상화 방향은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지만 징검다리 식이라는, 기계적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에 왜 동결했느냐 하면, 물가를 봐서는 낮은 수준은 아니다, 기준금리 정상화 가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방향과 하방향의 위험이 있을때 상방향보다는 하방향의 위험을 더 세심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금통위를 매달 하기 때문에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대외적인 위험 요인이 있고 내부에서도 저축은행 등 위험요인이 있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판단하자는 것이다. 전월대비 (상승률이) 0% 였지만 물가 관심에 대한 큰 변화는 없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여건이 개선됐나고 보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전망은.

▲직접 원자재 가격 전망을 하고 있진 않다. 그 순간에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를 본다. 공개적으로 유가를 전망해서 몇 달러될 것이다 말하긴 어렵다. 지난 12월에는 유가를 87달러 봤다가 4월에는 105달러로 봤다. 브렌트, 두바이, WTI 조합해서다. 그 수준 위에서 올라갈 것이나 아니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보고 3.9% 전망을 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방적으로 유가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동결한 것은 아니고 현재 봤을 때 유가나 원자재 가격은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많으니 투기적인 목적 때문에 오르거나, 신흥개도국 즉 중국과 인도의 발전에 따른 구조적인 요인으로 오르거나, 북아프리카·중동의 정치적인 사안에서 임시적이나마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그 세 개 요인이 있지만 계속 높이 올라갈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마나 안정될 것인지 수치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금융감독당국은 한은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한은은 공동 조사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금통위 결정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하게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고 싶은 것은 미시 감독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긴급한 경우에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때 적격담보가 있냐 등이 문제가 있겠지만, (단독 조사권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동 검사를 해야하는데 여러 사정에서 공동 검사가 안될 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벌어지지 않으면 (이런 필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근데 위기가 벌어졌는데 중앙은행이 못하면 적절치 않다고 본다. 통용되는 규범이 뭔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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