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3위 엘피다 감산..삼성과 하이닉스는?

류의성 기자I 2010.11.04 12:39:07

PC시장 위축 및 D램 가격 급락 여파
미세공정 전환이 답.."삼성전자 하이닉스에겐 좋은 기회"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세계 D램 반도체 3위인 일본의 엘피다가 감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업계에 감산 한파가 불었던 것은 2008년 9월 경.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던 때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D램 시황이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에선 2년만에 D램업계에 감산 한파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제품 및 원가 경쟁력이 더욱 빛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엘피다, 2년만에 감산

일본의 한 언론은 4일 엘피다가 2년 만에 처음으로 D램 반도체 생산을 감산하고 대만 신규 공장 설립 계획도 연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히로시마 공장과 대만 협력사 렉스칩에서 생산하는 D램에 대해 생산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올 초 계획했던 대만 렉스칩 신규 공장 설립도 내년으로 연기할 방침이다.

감산 검토의 이유는 전세계 PC판매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이다. 다른 D램업체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엘피다로부터 감산이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엘피다는 세계 D램업계 3위로 시장점유율 16.1%다 (이하 D램익스체인지 기준). 1위는 삼성전자(40.4%). 엘피다는 2위인 하이닉스(19.8%), 4위인 마이크론(12.0%)과 함께 10%대에서 점유율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엘피다는 업계 3위이긴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어선 삼성과 하이닉스와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는 PC가 아닌 이른바 `Non-PC`향 매출 비중이 60%대다.

엘피다는 컴퓨팅분야(PC와 서버) 매출 비중이 약 70%다. 엘피다가 삼성이나 하이닉스와 달리 서버도 컴퓨팅분야 매출로 잡고 있지만, 이것은 엘피다가 PC시장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하이닉스(000660)는 PC를 제외한 고부가가치(서버, 모바일, 그래픽, 컨슈머)제품 비중이 2007년 1분기 30%였다. 2010년 3분기에는 6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수익성이 우수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엘피다는 2008년 1분기 고부가가치(서버 제외) 비중이 51%였고, 2분기에는 23%로 오히려 떨어졌다.

감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D램 가격 급락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발빠르고 안정적인 미세공정 전환 뿐이다. 쉽게 말해 세밀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적용해 기존 기판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하는 것이다.

글로벌 D램업계에서 최고 수준인 40나노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하는 기업에 엘피다는 없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뿐이다.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 D램 가격 급락..내년 상반기까지 불투명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이번 엘피다의 감산 검토가 세계 경제위기 당시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위기 당시에는 거의 모든 산업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상태였다. 따라서 PC산업도 수요가 살아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속도는 둔화됐지만 D램 수요는 서서히 늘고 있다. 증가폭 자체는 과거보다 크지 않다. 올해 상반기 D램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공급이 딸리자, D램업체들은 생산캐퍼를 늘렸다. 지금은 반대로 D램 수요를 웃돌 정도로 공급 능력이 초과됐다.

이를 반영하듯 D램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급락세다. 10월말 D램 주력제품 고정거래가격은 1.5달러로, 지난 5월 최고점에서 약 40% 떨어졌다. 전망도 밝지 않다. 1.3달러대가 위협받을 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대만업체들의 생산원가 코스트 가격대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생산하면 오히려 손해를 입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 가격을 올해 고점보다 50%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D램 전망은 내년 상반기까지 불투명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PC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D램시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2011년 2분기에나 반도체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려울수록 빛나는 한국 D램

엘피다의 감산에 대해 마이크론이나 난야, 파워칩,프로모스 등 D램 하위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다.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가장 큰 플레이어인 파워칩이 감산에 동참하면 고정거래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PC판매 둔화가 삼성이나 하이닉스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세계경제위기 당시에도 "감산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40나노급 D램 공정으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0나노급 비중을 60%로 올리고, 하이닉스도 연말까지 5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기 미세공정과 관련, 삼성전자는 30나노 D램 양산에 이어 하이닉스는 30나노급 공정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PC시장이 둔화되더라도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다. 모바일AP와 시스템LSI, 서버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시장 수요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고, 경쟁업체들의 미세공정 전환 속도와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돼 있어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경쟁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도 우수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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