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켓in]해태음료 꿀꺽 삼킨 LG생건 소화 잘 될까

김일문 기자I 2010.11.02 13:23:16

쉼없는 M&A로 재무 부담 `가중`
해태음료 수익성 개선 여부 관건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2일 12시 5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회생을 포기하고 빚만 남긴 채 떠난 옛 주인들에게서 단돈 1만원에 해태음료를 넘겨받은 LG생활건강(051900)의 향후 재무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세 확장을 위해 그동안 공격적인 M&A에 나섰던 탓에 재무구조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해태음료를 집어삼킨 LG생활건강의 재무 부담은 앞으로 상당부분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옛 주인 빚만 남기고 굿바이..사실상 경영 포기

해태음료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 된 시점은 새 주인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아사히 맥주에 인수됐던 지난 2005년 108억원의 영업손실과 1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해태음료는 작년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영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8년에는 영업손실이 400억원을 넘어섰고, 순손실 역시 500억원에 육박했다.

실적이 뒷받침 안되니 재무구조 악화는 당연했다. 작년말을 기준으로 해태음료의 부채비율은 무려 825%. 특히 이미 2005년부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해태음료는 지난 2008년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렀고, 주주들은 작년 무상감자 458억원을 단행하는 한편 유상증자 400억원을 통해 긴급 자본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 LG생건 당분간 `소화불량` 불가피

LG생활건강의 재무구조 역시 예전만큼 탄탄하지는 못하다. 쉼없이 지속한 공격적인 M&A 때문. 코카콜라보틀링과 더페이스샵 등 굵직한 매물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내부 유보금이 동원됐지만 인수 대금의 상당부분이 차입으로 이뤄지면서 LG생건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지난 2006년 820억원에 불과했던 순 차입금은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했던 2007년에 4배 넘게 증가한 3531억원을 기록했고, 더페이스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가 제무재표에 반영되면서 올 6월 기준으로는 순 차입금이 5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또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크게 상승하면서 130%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LG생건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도입한 상황에서 100% 자회사로 편입된 해태음료의 부채가 계상될 경우 LG생건의 재무제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현재 해태음료의 총 차입금은 1291억원, 부채 총계는 2129억원에 달한다.

◇차석용式 턴어라운드..이번에도 먹힐까

크레딧 시장에서도 LG생건의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 지연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LG생건의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생건이 해태음료의 영업만 정상화시킨다면 재무구조 악화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문제는 영업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LG생건이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1등 브랜드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유통망 장악으로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신정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저조한 수익성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사업과 재무적 역량에 미치는 제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필요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CEO인 차석용 사장이 적자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해태음료의 실적 개선 역시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코카콜라음료는 LG생건에 피인수된 이후 2008년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매년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해태음료 인수의 성패는 차석용 사장의 사업 수완이 관건"이라며 "단기간에 코카콜라음료를 정상화 시킨 만큼 해태음료 역시 예상보다 빨리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마켓in]해태음료 인수한 LG생건 `저조한 수익성` 부담
☞[마켓in]해태음료 인수한 LG생건 `저조한 수익성` 부담
☞[특징주]해태음료 마신 LG생건, 40만원 탈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