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로벌 차원에서 경제의 균형을 되찾자는 합의가 이뤄진 점에서 그렇다. 또한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동일해 보인다. 여기에 일본 새 정부의 정책적 입장까지 맞물리며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고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있는 현상까지 같다.
물론 G20 정상회담에서 명시적으로 달러화를 언급한 합의를 한 것은 아니며, 각국의 강한 공조가 가능했던 `플라자 합의`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리고 미국이 24년 전 대일(對日) 무역 역조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엔 대중(對中) 무역 역조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만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 진다는 점에서 24년 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미국 먹여살리는 불균형 구조` 계속된다
그동안 아시아나 산유국들이 미국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주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구조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이렇게 채권국에 의존해 소비하며 성장했던 미국도 경제 구조의 시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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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또 다시 미국을 먹여 살리기 위한 구조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무역수지 적자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으로선 달러화 약세를 계속 방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G20 회담에선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1985년 9월22일 선진 5개국(G5) 정상들이 글로벌 경제의 균형을 명분삼아 쌍둥이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로 했던 `플라자 합의`의 재판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日 `잃어버린 10년` 다시 오진 않을까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은 웃었지만 엔화는 무섭게 치솟았고 종국엔 일본 경제에 치명상을 안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또 다른 종류의 불균형은 오랫동안 시정되지 않고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부터 1987년 지나쳤던 달러화 하락 현상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루브르 합의`까지 달러화 가치는 5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은 급격한 엔고 현상으로 수출 경쟁력 저하와 불황이 우려되자 정책금리를 5차례에 걸쳐 인하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키웠다.
거품 붕괴 근심이 깊어지자 BOJ는 1989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다시 5차례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렸고, 정부가 부동산 규제도 크게 죄었지만 이미 늦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급속도로 하락, 결국 실물 경제는 침체의 긴 터널 속에 진입하고 말았다.
하토야마 새 정부의 입장은 수출 보다는 내수 부양을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 그래서 엔화 가치가 상승해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엔 강세를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엔화엔 더 날개가 달렸다.
엔화 상승세가 너무 급격하다고 느꼈는지 후지이 히로히사 신임 재무장관은 28일과 29일 "엔 강세를 용인한다는 해석은 오해다" "극단적 상황에선 개입하겠다" 등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자 상승 폭이 다소 완화됐지만 추세적으론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6월 초 이후 엔화는 달러화 대비 11%나 올랐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차관은 "재무성은 아마 달러-엔 환율이 90엔 아래로 떨어져도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 80엔대 밑으로 떨어져야 신임 재무상은 무언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후퇴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려고 하는 참에 엔고 현상은 일본 경제를 다시 함몰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수입 물가를 내려 내수를 부양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수출 주도형 경제를 뜯어고칠 수는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 무역 흑자국 中 "변화엔 시간 걸린다"
그러나 불균형 시정을 소리 높이며 미국이 겨냥한 건 사실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다. 막대한 무역 흑자로 2조1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미국은 1조600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마 신 국제협력부문 사무총장은 "중국도 경제 성장 모델에 약간의 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내수 소비가 미약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란 얘기다.
그래도 불균형이 조금씩 시정되고 있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중국의 4분기 수입이 부양책 효과로 30% 늘어난 313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2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988억달러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JP모간 체이스의 브루스 캐즈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의 글로벌 재균형이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일어났다면, 앞으론 이 과정이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