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발산’ 주력하던 현대차…이제는 ‘아이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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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제네시스의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마그마’가 꼽힌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오렌지 마그마 컬러 포인트를 적용하고, 램프 그래픽을 역동적으로 재해석해 기존 현대·제네시스 자동차와는 결이 다른 고성능 브랜드 감성을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아우디·폭스바겐 출신 디자이너이자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총괄 사장을 지낸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호랑이 코’ 그릴을 통해 강한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했다. 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을 거친 현대차그룹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제네시스 등 디자인 고급화 전략을 재정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전동화 흐름에 발맞춰 디자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 내연기관차 필수 요소가 사라지면서 디자인 제약이 크게 완화됐고, 이를 계기로 픽셀 램프·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같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적극 도입했다”며 “과거에는 현대차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모델별 개성을 설득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는 “일자형 LED 라이트나 존재감을 줄인 헤드램프처럼 기능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단정한 표현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안정감·친근함을 준다”며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장치가 성능은 이전처럼 온전히 발휘하도록 소재·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급하지 않게, 토요타답게’…전통과 혁신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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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변화’보다는 브랜드 핵심 가치를 유지하며 의미 있는 디자인 발전을 추구하는 토요타 및 렉서스의 전략과 일치한다. 순수 전기차인 ‘bZ4X’와 하이브리드 모델인 5세대 프리우스가 기능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라디에이터그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호근 교수는 “토요타는 무난하고 검증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소폭의 세련미만 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다”며 “급진적 실험이나 소비자들의 충격 없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토요타는 한때 패밀리룩이 과격하고 형이상학적이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거듭된 정제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렉서스 역시 직선적 요소와 강한 그래픽을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안정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며 “이렇게 확보한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덜어낼수록 미래적’…폭스바겐의 미니멀리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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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클라우스 지시오라 전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은 전기차 브랜드 ‘ID.’ 시리즈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덜어내는 게 낫다(less is more)’, ‘전기차에 가장 순수한 형태’라는 디자인 철학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호근 교수는 “폭스바겐 외관 디자인은 유선형·미니멀 그래픽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다소 희미해진 측면이 있다”며 “라디에이터 그릴이 ‘얼굴’ 역할을 하던 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차에서 로고를 떼면 일부 중국 전기차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내 디자인은 한동안 과감한 변화를 추구했다가 다시 균형점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 간 폭스바겐은 터치 슬라이더와 햅틱 인터페이스를 적극 적용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내세웠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조작이 불편하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실수였다”고 공인하며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권용주 교수는 “폭스바겐은 전통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최근에는 주요 기능을 다시 물리 버튼으로 돌려놓는 등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며 “자율주행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확산하자 우선은 실험보다 실제 사용 경험을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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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동화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자동차 디자인 변화가 외관보다는 실내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셔틀처럼 실내 활용도를 극대화한 ‘박스형 공간’ 기반 인테리어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전자 아키텍처가 중앙집중식으로 전환되면 자동차 내 배선과 모듈 배치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질 것”이라며 “그만큼 실내외 패키징과 디자인 자유도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기차 기술이 아직 과도기 단계에 있는 만큼 디자인 역시 아직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고, 기술 발전과 시장 반응에 맞춰 점진적으로 방향이 잡혀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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