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자지구 휴전협정만이 이스라엘 보복 막아”…하마스는 ‘협상 불참’

정다슬 기자I 2024.08.14 11:18:41

로이터, 이란 고위 당국자 인용 보도
"이스라엘-하마스 가자지구 휴전 협상 거부시 공격"
하마스 "이스라엘 고의적으로 협상 지연" 주장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남자가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란 고위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 지구에서의 휴전협상을 해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당장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휴전 협상에 불참한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이란 고위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반면 회담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회담 실패 판단 이후, 이란이 언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와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잇달아 살해되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예고한 상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자가 이스라엘 직접 타격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란은 하니예 암살사건이 일어난 지 2주가 돼 가도록 아직 보복공격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물밑협상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가자지구 협상이 중동지역의 더 큰 긴장상태를 피할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루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 휴전 협상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면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질문에 “그게 내 예상”이라고 답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협상 당사자들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협상 당사자들이 테이블로 나오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레바논 하마스 대표인 아흐마드 압둘 하디는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침략을 완전히 종식하는 합의에 도달하는데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속이고 회피하며 전쟁을 장기화하고 심지어 확대하길 원한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NYT가 입수한 미공개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이 지난 5월 제시한 3단계 휴전 조항에 추가조건을 부여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국경지대에 계속 남고, 휴전 후 남부로 대피한 주민들의 북부 가자 지구의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한한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자신들의 주장은 5월 협상안을 좀 더 구체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며 “하마스야 말로 5월 휴전안에 29가지 수정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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