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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서울교육청·시의회 갈등…학부모·학생 ‘우려’

김형환 기자I 2023.06.13 14:25:48

시의회 의장, 조희연 시정연설 '거부'
2차 추경·기초학력조례 등 현안 산적
학부모들 “교육만큼은 정쟁 말아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시의회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갈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같은 신경전에 학생·학부모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9회 정례회에서 국민의힘 김혜영 의원(광진4)의 학생인권조례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예정돼 있던 시정연설을 끝내 하지 못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의 ‘생태전환교육 활성화·지원에 관한 조례 페지안’과 ‘기초학력 진단검사 공개 조례안’에 대한 유감을 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김현기 의장은 “추경안에 대한 내용이 주가 아니다”라며 시정연설 내용 수정을 요청했지만 조 교육감은 “의회가 발언을 제지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강행을 결정했다. 이에 김 의장은 같은날 오후 2시 35분쯤 정회를 선포했고 자정을 지나며 그대로 산회됐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과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3선 임기를 시작한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 대부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와 일을 해왔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와 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갈등은 올해 서울시교육청 예산부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의 본예산을 5688억원 삭감한 채 통과시켰다. 해당 예산에는 조 교육감이 역점 추진하던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4월 1차 추경에서도 원안보다 감액된 액수로 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3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하자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지켜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권이 무너졌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해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 공개조례에서도 갈등은 계속됐다. 기초학력 공개조례란 매년 3~4월 학교별로 진행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개별 학교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학부모의 알권리와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해당 조례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해당 조례안이 지난달 시의회를 통과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같은달 15일 직권으로 조례안을 공포했고 시교육청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였고 본안에 대해 현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계속되는 갈등에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제출한 6739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신증설 및 학교·기관환경 개선 등 시설사업비에 3228억원을 편성했고 디지털기기 보급 사업 예산에도 1059억원을 배정했다. 현재 흑석고 등 학교 신설도 급한 상황이고 석면제거 등 학교환경 개선에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추경 통과가 늦어진다면 시기가 자연스럽게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이에 학부모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초3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서모(37)씨는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개선이 시급하다”며 “교육만큼은 각자의 정치색을 감추고 아이들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성북구에서 초5 아들을 키우는 김모(44)씨는 “학생인권조례는 계속 필요하고 기초학력 진단검사 공개조례도 있어야 한다”며 “서로 양보해서 올바른 교육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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