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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속아 40억 털려"…검찰·금감원 '기관사칭' 보이스피싱 기승

이소현 기자I 2022.08.23 12:23:02

단속에 '대출사기' 어려워지자 '기관사칭'↑…"풍선효과"
'기관사칭형' 발생 비중 올 1~7월 37%…전년比 997건↑
의사·연구원·보험회사 직원도 속수무책…다액 피해 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피해자인 의사 A씨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한 달 동안 감쪽같이 속아 약 40억원의 피해를 당했다.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죄조직은 이미 계좌이체, 가상자산 구매전송을 통해 A씨의 전 재산을 털어간 뒤 였다. 심지어 범죄조직은 아파트 담보대출과 개인차용 등으로 A씨에게 빚까지 떠넘겼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23일 밝혔다.

실제 올해 1~7월 전화금융사기 발생 비중을 보면 기관사칭형은 37%(5232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4235건)와 비교해 16%포인트(997건) 늘었다. 해당 기간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접근하는 ‘대출사기형’ 비중이 79%(1만6167건)에서 63%(8965건)로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경찰청이 규정한 7대 악성사기 중 하나인 전화금융사기 등은 특별단속 효과로 감소하고 있지만, 기관사칭형 범죄는 지난달에만 40억원, 10억원, 9억원 상당의 다액 피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기관사칭형과 대출사기형 피해액 비율은 과거 2:8 수준에서 최근 5:5 수준까지 육박했다. 실제 지난달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을 보면 대출사기형은 275억원(50.5%), 기관사칭형은 270억원(49.5%)으로 엇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전화금융사기 유형별 발생추이 변화(그래픽=이미나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경찰이 작년부터 대규모 대출문자 발송 업체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특별단속을 강화하면서 범죄조직이 상대적으로 대출사기형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워지자 피해자에 일대일로 직접 접근하는 기관사칭형 범죄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관사칭형 피해자는 비교적 사회경험이 적은 20대 이하와 30대가 76.2%(3991명)로 가장 많았다. 수십억대 규모의 다액피해는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데 사회생활을 오래 한 40대 이상에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다액피해 사례에서는 의사와 연구원, 보험회사 직원도 있었는데 직업 관련성이 있고 학력이 높아도 전화금융사기 범죄조직의 치밀함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전화금융사기는 전화번호 변작, ‘강수강발(강제수신·강제발신)’ 악성 앱 등 최첨단 통신기술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며 “자산검사 등을 명목으로 현금과 가상자산,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니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기관사칭형’ 미끼문자 및 대화 내용, 위조 공문서(자료=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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