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비례) "차기 대선 노동의제 실종…향후 5년 대전환 필요"

이성기 기자I 2021.09.09 11:41:35

2033년까지 정년 65세 연장
비정규직 공정임금제, 사용사유 제한 도입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 제안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9일 현행 60세인 정년 제도를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연 `대선 노동정책 의제 제안` 기자회견에서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생산가능인구 부족, 고령자의 노후 준비 부족, 사회적으로는 노년 부양비 부담 가중의 이중고가 예상된다.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법안 발의 취지를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를 위해 “우선 청년과 장년, 노동자와 사용자, 전문가, 그리고 정부를 포함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운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장부터 단계별로 대기업과 공공 부문은 맨 마지막에 실질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 4일제 근무, 비정규직 공정임금제, 사용 사유 제한 도입도 촉구했다.

이 의원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야 한다. 더군다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자에게는 일할 권리와 동시에 쉴 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공공 부문부터 임금 인상을 현행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시행, `하후상박`(下厚上薄) 연대임금 정신의 시작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통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각지대의 해소,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도 제안했다.

이 의원은 “향후 5년이 대한민국 노동정책의 대전환이 가능하며, 꼭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노동정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수진입니다.

저는 지난 수 십년을 현장노동자로 살아왔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노동운동을 한 결과 노동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저 스스로를 ‘노동이수진’이라 부르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습니다.

주 52시간제 정착, 산재·고용보험 적용 확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여러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제 노동존중 정책을 더 과감하고 성과적으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주 120시간’, ‘노동 유연화’를 이야기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중한 성과조차 무너뜨리고 노동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노동 의제가 실종되었다’는 안타까운 평가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저는 향후 5년이 대한민국 노동 정책의 대전환이 가능하며, 꼭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합니다. 하여 오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노동 정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를 제안합니다.

첫째, 실질 정년이 65세가 되도록 고용을 연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출생률의 빠른 하락으로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인구 변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065년에는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의 수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 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듯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생산가능인구 부족이 우려됩니다. 한편, 고령자는 노후준비 부족, 사회적으로는 노년부양비 부담 가중의 이중고가 예상됩니다.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현행 60세 정년 제도를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청년과 장년, 노동자와 사용자, 전문가, 그리고 정부를 포함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운영하여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장부터 단계별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맨 마지막에 실질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 주 4일제 근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대한민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1908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아직 OECD 평균보다 무려 200여 시간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멕시코에 이어 OECD 2위의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국가입니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자에게는 일할 권리와 동시에 쉴 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 주4일제 도입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합의하였던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대 진입이 가능해집니다. 아울러 심야 노동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심야근무 노동자에게는 충분한 휴식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셋째, 비정규직 공정임금제, 사용 사유 제한을 도입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9년 말 기준 약 750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73만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317만원 대비 55%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비정규직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그 임금 수준도 열악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절대로 밝지 않습니다. 동일·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으로 정규직보다 높은 공정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공공부문부터 임금인상을 현행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시행하여 하후상박(下厚上薄) 연대임금 정신의 시작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2년 단위의 비정규직 노동을 양산하는 현행 기간제법을 대폭 수술하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 구조를 없애야 합니다.

넷째, 산재 사망률을 OECD 평균으로 낮춰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평균 2000여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K 방역의 선진국이지만, 산업안전은 여전히 후진국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망 사고 중에서는 추락, 끼임 그리고 밀폐공간에서의 질식 등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후진적 사고가 대다수입니다.

내년 1월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이에 발맞춰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산업안전보건분야 중앙부처간, 그리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거버넌스를 새롭게 하여 안전보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감독과 예방지원의 효과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앙차원에서는 국무총리 주재로 고용노동부 등 유관부처가 총망라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정책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도 빠르게 정비해야 합니다.

또한, 산재 사망은 원청보다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발생 비율이 높은 만큼,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기 위한 법 개정과 고소(高所), 밀폐공간 등 위험작업에서의 2인 1조 원칙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다섯째,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관계법령 중에서 근간이 되지만,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사용종속의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하여 특수고용직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 전통적 고용관계와 성격을 달리하며 일하는 사람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들 비전형 노동계층은 열악한 보수와 사회보험 미적용은 물론 노동관계법의 보호로부터도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이들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쉴 수 있는 권리, 안전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통해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일터에서 병들거나 다치면 우선 산재보험에서 먼저 보상하는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존중을 넘어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노동’은 우리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정당한 보상을 받으면서,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존중을 넘어선 ‘노동중심’대한민국입니다.

오늘 저의 제안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뿐 아니라 노동중심 대한민국을 바라는 모든 대통령 후보들의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언제, 어디라도 달려가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9월 9일

국회의원 이수진(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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