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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9일 결정된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증거인멸 지시 혐의가 아니라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 심리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0시쯤 법원에 도착한 김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느냐 ”, “분식회계를 지시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김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5월 22일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를 보강 수사하고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와 30억원대 횡령 혐의를 더해 지난 16일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 등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약 4조5000억원 늘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회계처리 당시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고 2016~2017년에도 기존 분식회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에피스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피스 분식이 결국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김 대표 등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3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한편 삼성바이오 재무를 총괄하는 김 전무는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혐의를 사실상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과 2015년도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에 위법한 부분이 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조작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작성된 회계법인 보고서를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콜옵션 평가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에 지난 2015년 안진회계법인의 평가 금액에 맞춰 보고서를 낼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의 사업계획을 직접 조작해 한영 측에 건네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의 요구에 따라 보고서 금액을 맞췄고 조작된 에피스 사업계획을 반영하는 것 역시 삼성과 협의해서 이뤄진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상당 기간에 걸쳐 분식회계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