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社 이유있는 PB전쟁

임현영 기자I 2016.08.02 11:27:20

롯데, 통합PB ''초이스 엘 골드'' 론칭..PB육성 예고
이미 신세계는 피코크,노브랜드 등으로 주목받는 중
높은 성장세, 계열사 시너지 가능..''PB전쟁 이어질 듯''

롯데가 출시한 통합 PB ‘초이스 엘 골드’ 로고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자체 브랜드(PB)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은 물론 편의점 업계까지 PB육성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간 PB육성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가 잇따라 PB론칭을 선포하며 분위기가 달궈졌다.

이처럼 유통사들이 PB에 힘주는 까닭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도 PB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충성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또 흩어진 계열사 간 역량을 모으고 이미 확보한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했다.

롯데백화점 화장품 PB ‘엘앤코스’


◇식품·화장품까지..롯데, 연이어 PB론칭하며 신세계와 격돌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139480)와 롯데백화점은 한 달 간격으로 화장품 자체브랜드 론칭을 선언하며 격돌을 예고했다. 이마트의 ‘센텐스’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롯데가 내놓은 ‘엘앤코스’는 기능성 제품을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어 롯데는 지난 달 27일 프리미엄 통합PB ‘초이스 엘 골드’(Choice L Gold)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라면, 파스타, 그릭 요거트 등 가공식품이 주요 제품이다. 이 역시 이마트의 간편식PB ‘피코크’와 영역이 겹치며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PB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롯데가 연이어 PB론칭을 선언하면서 유통사 간 PB전쟁에 불이 붙었다.

신세계는 일찌감치 PB에 힘을 줘왔다. 이마트의 간편식PB ‘피코크’와 초저가PB ‘노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그 외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내놓은 ‘이마트 X SM’ 역시 매출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그 외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화장품PB 출시를 예고하며 PB육성에 가세했다.

롯데·신세계 등 거대 유통 공룡뿐만 아니라 편의점 업계도 PB키우기에 한창이다. 1·2위 업계인 CU와 GS25는 각각 통합 PB ‘헤이루(HEYROO)’와 ‘유어스(YOU US)’를 론칭했다. 그동안 백종원도시락, 김혜자도시락, 홍석천컵라면 등 개별 PB상품이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통합 브랜드로 묶어 육성하기로 했다.

편의점 CU의 통합PB ‘헤이루(HEYROO)’
◇남들과 같은 제품 팔아선 생존불가..‘독자 브랜드 필수’

이처럼 유통 업체들이 PB키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선 까닭은 높은 수익성과 함께 PB로 독자 영역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남들과 비슷한 제조업체 브랜드(NB)를 팔아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 됐다.

실제로 PB상품의 매출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피코크 매출은 출시 초기인 2013년 340억원 수준에서 올해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노브랜드 역시 작년 12월 5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달에는 133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두 브랜드는 높은 가성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입소문을 탈 정도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아울러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도 유리하다. 피코크의 생산을 맡고있는 회사는 같은 계열사 신세계푸드(031440)며 롯데 계열사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드립커피는 롯데푸드가 생산하고 있다. 초이스 엘 골드의 출시 배경 역시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 제조업체와 롯데마트·세븐일레븐·롯데백화점 등 유통사의 역량을 묶기 위해서다. 이미 탄탄하게 갖춰둔 유통망에 PB를 깔기만 해도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PB제품 육성은 요즘같은 장기 불황의 ‘필수 선택지’가 됐다.

전세계적인 PB열풍도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유통시장에서 PB비중은 현재 40%에 달한다. 그에 비해 국내 유통업계의 PB상품 매출 비중은 아직 25%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PB매출의 증가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PB상품은 더이상 과거의 ‘저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면서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PB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사들의 ‘PB키우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 화장품PB ‘센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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