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SSM이라는 사회적 논란을 최대한 피하고, 상품공급사업도 지금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도매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논란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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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브리데이가 도매사업자들의 단체인 체인사업협동조합에, 롯데슈퍼는 중소 슈퍼마켓 사장들의 단체인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 각각 상품을 공급하고, 이들 조합이 각 가맹점과 조합에 가입한 슈퍼마켓에 필요한 만큼 상품을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또 기존의 개별 계약에 의한 슈퍼마켓 상품공급은 순차적으로 줄여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체인사업조합과 슈퍼마켓조합은 이미 지난달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유통산업연합회 회의에서 이러한 방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상호협의를 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사업화를 위한 첫 단추다.
무엇보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개별 슈퍼마켓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종 SSM’ 논란을 다소 비켜갈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지난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품공업점이 골목상권을 죽이는 ‘변종 SSM’이라며 호된 질타를 받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렇게까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줄은 몰랐다”면서 간판 부착이나 유니폼 지원 등 변종 SSM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사업은 모두 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를 통해 상품을 간접적으로 공급 방식이 대형 유통업체의 상품공급사업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형 유통업체의 상품공급점은 300여개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은 전국 2만개의 슈퍼마켓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중소 도매회사들의 협동조합인 체인사업협동조합이 거래하는 슈퍼마켓도 4만개에 달한다.
중소 슈퍼마켓에게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 공동으로 구매하는 형식이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한번에 구매하는 물량이 커지면 중소 슈퍼마켓이 지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김경배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 회장은 “골목상권을 지켜야하는 문제도 있지만, 자본과 기획력 측면에서 중소 슈퍼마켓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하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기본적인 입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공급 사업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부에 있다”면서 “상품공급점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조합을 통한 간접 상품공급 방식이 본격화되려면 해당 조합의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현재도 슈퍼마켓협동조합이 소규모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전체 물량을 취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장 활발하다는 지역도 취급물량이 전체 상품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계약된 상품공급점의 처리 문제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변종 SSM 논란을 피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중소 슈퍼마켓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상품공급점을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요즘 PB상품도 많지 않느냐. 대형 유통사업자가 상품공급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유통업체가 유통망을 통해서 중소기업의 상품을 생산하는 역할까지 확대 된다”면서 “일단 변종 SSM은 급하게 막았지만,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