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희동기자] 폭락이라는 표현조차 무색한 하루였다. 16일 코스피는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최대인 126.50포인트나 떨어지며 하루를 마감했다.
1200선은 지켜냈지만 장중 1205까지 떨어지는 아찔함을 맛봐야 했다. 이미 지난 10일 1178.51까지 떨어졌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경기후퇴 우려가 본격화돼 저점 확인이 불가능해 보였던 분위기인지라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금융위기에 가려 그동안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경기후퇴 우려라는 악재가 새삼 부각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밤사이 뉴욕증시는 소매판매와 제조업 지수 등이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발표됐고 이에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국내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고용지표에 이어 이날 아침 나온 백화점 매출 역시 국내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말해줬다. 부유층까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소식은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장중 한때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내린다는 루머까지 나돌면서 공황은 극에 달했다. 비록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갔다.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불안 역시 잠복해 있는 악재였다. 시장에선 은행권에 우선 투입하기로 한 2500억달러라는 금액이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아시아 증시 역시 구원군이 돼주질 못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국내지수보다 더빠져 낙폭이 무려 11%에 달했다. 홍콩도 7% 이상 하락했고, 중국이나 대만이 그나마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3% 넘게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126.50포인트(9.44%)나 빠진 1213.78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초부터 8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시작했는데 오히려 종가에는 이보다 더 빠지며 하루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10% 넘게 빠지면서 서킷 브레이커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장 마감 20분전이어서 그런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통신 등 일부 경기 방어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포스코(005490)와 KB금융(105560), 현대중공업(009540) 등 시장 대표주들이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다.
국내 증권시장을 대표할만한 주식들이 코스닥 시장에서나 보일 법한 하락장을 연출한 것. 포스코의 하한가 기록은 10년만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철강금속과 건설, 운수장비, 기계 업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후퇴가 바로 수요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전날에도 10% 넘게 급락했다.
금융주들 역시 처참했다. 시중 유동성 문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니 금융주들이 기댈 곳을 찾지 못했다. 실제 오늘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33원이나 폭등해 10년10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통신 등 내수주들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1.4% 올랐고, KT는 보합권에 거래를 마쳤다. KT&G도 약보합권으로 문을 닫았다.
상한가 종목이 4개나 있었지만, 하한가 종목은 무려 133개에 달해 30배에 이르렀다. 오른 종목은 52개, 내린 종목은 822개였다.
팔자주문만 우세한 탓이었는지 거래대금은 6조원을 넘어서 전날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팔자의 주요 주체는 외국인 외국인은 이날 6361억원을 순매도 했고, 일부 기관과 개인들이 이들 물량을 받아냈다.
연기금은 오늘도 1406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쳤지만 힘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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