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쏠림현상 지나치다

하수정 기자I 2007.03.07 15:32:07

전 가구 자산의 거의 전부..금융자산은 20% 불과
소득없는 노인가구, 부동산 편중 위험 `심각`
"집값 하락시 자산가치 폭락 우려"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7일 통계청이 처음으로 발표한 가계자산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투자수단으로 부동산을 얼마나 편애하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중 무려 77%가 부동산에 쏠려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정도면 부동산은 우리나라 가구 자산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 채권, 예금등 금융자산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자산의 부동산 편중현상은 `내집 마련`에 대한 강한 집착과 함께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고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 "주택 투자 몰빵"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총 자산은 2억8112만원으로 이중 76.8%인 2억1604만원이 주택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이나 보험, 전월세 보증금 등 금융자산은 5744만원으로 20.4%에 그쳤고, 나머지 2.7%는 자동차나 회원권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가구당 총 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에 몰려있었던 것. 부동산 비중이 총 자산의 36%에 불과한 미국보다는 두 배가 넘고, 부동산 비중이 61.7%인 일본보다도 15%포인트나 높다.

김이태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은 "실제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가구의 부동산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재산을 주택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나라 가구의 독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으로 자산이 심하게 쏠리는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에서 기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자산가치가 높아졌고 이에 따른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 상품이 발달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 팀장은 "집 값이 비싼만큼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고,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가 더 집중되는 것"이라며 "땅이 좁고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노인가구 부동산 자산비중 84% 달해

특히 연령이 많을 수록 부동산 비중이 높았다. 가구주가 ▲ 30대인 경우 총 자산 중 64.4%가 부동산이었지만 ▲ 40대는 74.7% ▲ 50대가 79.8% ▲ 60세 이상의 경우 84.4%에 달했다.

가구내 65세이상 가구원만 있거나 65세 이상 가구원과 18세 미만의 미혼자녀, 손자녀가 함께 사는 `노인가구`를 따로 분류해 보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경우 총 자산이 3억2075만원으로 40대(3억260만원), 50대(3억7243만원)에서 다소 줄어든 수준이지만, 노인가구의 경우에는 총 자산규모가 1억3329만원에 불과하다.

노인가구는 자산 규모가 일반가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부동산 편중은 별 다를바 없었다. 노인가구당 부동산 자산은 1억1203만원으로 총 자산의 84.1%를 차지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노인가구의 경우 소득은 없고 집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쉽게 팔지 않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 매물이 안나와 유통흐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가 늘어나고 집 값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소득이 없는 노인가구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집값 하락시 자산가치 폭락 위험"

전문가들은 `주택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 자산 활성화를 유도하고 역모기지 제도와 같은 자산 유동화 수단의 실효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양 팀장은 "이 같이 가계의 부동산 편중현상이 심한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조금 떨어져도 자산가치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부동산 비중은 지금보다 10~15%정도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역모기지의 신청대상이 기준시가 6억원으로 한정돼 있어 오는 7월 공적 보증 역모기지가 도입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임대주택공급의 경우도 서울 중심지 등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가 확산되면서 `부동산만이 투자의 답`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는 있다"며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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