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임금상승 없는 경기회복`

조용만 기자I 2004.11.10 14:21:38
[edaily 조용만기자] `임금 상승 없는 경기 회복`(Wageless Recovery). 일본 경제가 10년 불황끝에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초유의 장기불황속에 정규직 노동자는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해 임금수준 자체가 줄어들었고 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감축으로 비용을 줄여왔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임금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경제가 보여준 이른바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에 빗대 일본경제를 이같이 표현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경제에 나타난 수수께끼를 푸느라 고심하고 있다. 최근 이어진 경제성장, 견조한 기업실적 등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일본경제는 6%가 성장했다. 하지만 총급여수준은 1.1% 떨어졌다. 일본 경제는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7년 연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하락한 것은 우선 급여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97년 당시 전체 노동자의 15%수준에 그쳤던 파트타임 노동자는 25~30%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7부터 2002년까지 상근(full-time) 노동자는 400만명이상 줄어든 3460만명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 기간동안 파트타임 노동자는 170만명 늘어난 1210만명으로 집계됐다. 일용직 노동자는 96만6000명이 늘었고 파견노동자는 25만7000명 가량씩 증가했다. 파트타임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25~30% 수준. 게이오 대학의 노동경제학 교수인 세이케 아츠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자체가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감소한 주원인은 임시직과 계약직, 파견제 노동자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이 늘어난 것은 97년 금융위기이후 기업들이 고용동결과 조기 퇴직 프로그램으로 정규직을 줄이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여성과 파트타이머 등으로 아웃소싱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0년대 중반이후 노동시장으로 대거 뛰어든 여성들도 절반이상이 파트타임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채택한 평생직장 개념과 유연하지 않은 노동시장,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임금구조 등은 불경기를 맞은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해왔다. 90년대 초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된뒤에도 임금상승은 이어졌다. 결국 기업들은 예전의 관행을 버리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비용감축에 나섰고 상대적 고임금을 받은 상급직원들이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지난달 일본 최대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우리 회사에는 20대보다 50대가 많다며 1000명의 상급직 인력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 계획을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리 경제자문관은 "90년대들어 물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임금은 상승세가 이어졌다"면서 "이같은 격차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하락함에 따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은 강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성장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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