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경영권 다툼 재개…'위임장 대결' 벌인다

이소현 기자I 2023.12.01 11:25:42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표대결 예고
디즈니 이사회에 이사진 참여 요청 거부
"디즈니 저조한 실적…투자자 신뢰 낮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디즈니와 행동주의 투자자 간의 경영권 싸움이 재개됐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밖에서 진행 중인 파업에서 할리우드 배우들과 미국작가조합(WGA) 작가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디즈니 이사회에 합류 요청을 했지만, 디즈니가 이를 거부하자 새로운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발표하며 디즈니의 미래를 놓고 새 전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위임장 대결은 다수의 주주에게서 위임장을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략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뺏는 수단으로 쓰인다.

WSJ은 양측 합의 불발로 주주들은 100년 전통의 회사를 위한 최고 비전이 무엇인지, 누가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야 하는지 결정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펠츠가 설립한 트라이언 펀드는 이날 오전 성명에서 디즈니를 상대로 새로운 위임장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트라이언 펀드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눴고 디즈니 이사회 측과도 만나기로 합의했지만, 디즈니 이사회가 이 펀드의 이사진 참여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펠츠는 디즈니 이사회에서 2석 이상을 우선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전날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와 제러미 대러크 전 스카이 CEO를 새 이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펠츠는 현 상황에서 개선된 것이지만,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넬슨 펠츠(사진=AFP)


앞서 펠츠는 지난 1월 디즈니를 상대로 첫 번째 위임장 대결을 예고하면서 이사회 자리와 대폭의 비용 절감을 요구했다. 이후 그는 디즈니가 2월에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자 위임장 대결을 철회했다. 다만 당시 디즈니의 재무 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펠츠는 과거 프록터앤드갬블(P&G), 웬디스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이사회에 진출한 바 있으며, 소매업체부터 화학제조업, 패스트푸드 체인에 이르기까지 타깃으로 삼은 기업들에 공격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전력이 있는 투자자로 알려져있다.

펠츠는 이날 성명을 통해 “디즈니 주가는 지난 10년간 각 현직 이사들의 재임 기간 동안 동종업계를 비롯한 전체 시장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고 주요 전략적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디즈니의 CEO조차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거 CEO와 디즈니는 높은 부채 부담, 지난 2년간 40% 가까이 하락한 주가,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 일부 해외시장에서의 약세, 4년 전 출범 이후 100억달러 이상 손실을 기록한 스트리밍 사업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트라이언 펀드는 지난 11월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디즈니 전체 지분의 약 1.8%에 해당하는 3400만주가량, 약 3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대부분을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넘긴 것이다. 펄터머 전 회장은 지난달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펠츠에게 맡겨 회사의 변화를 촉구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마블을 키워낸 펄머터 회장은 2009년 마블을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디즈니에 매각하면서 이 회사의 최대 개인주주가 됐으나, 아이거 CEO와 여러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 3월 해임됐다.

디즈니는 이날 관련 성명에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를 지속적으로 쇄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펄머터가 아이거 CEO에 대해 오랫동안 개인적인 의제를 표명해 왔다”며 “이는 다른 모든 주주의 의제와는 다를 수 있다”고 이번 위임장 대결이 펄머터 전 마블 회장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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