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도 돌아섰다…美 연준서 힘 받는 '연내 테이퍼링'

김보겸 기자I 2021.08.13 10:58:28

메리 데일리 샌프란연은 총재도 테이퍼링 지지
7월 CPI·PPI 상승률 최고치…실업률도 개선
연준 인사 18명 중 절반가까이 테이퍼링 찬성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달 사들이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량을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적 성격을 띤 인사도 연말에는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는가 하면, 연준 인사 18명 중 절반 가까이가 테이퍼링을 지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복귀하고 소비지출이 늘면 가계와 기업활동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데일리 총재가 연내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데일리 총재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는 테이퍼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연준이 긴축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평균 인플레이션 2% 와 실업률 4% 내외의 완전고용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말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7.8% 올라 1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5.4%로 1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PPI와 CPI는 각각 기업 생산비용과 소비자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로 수요견인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월 일자리도 94만3000개 늘어 전문가 예상치(87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6월 5.9%에서 5.4%로 떨어졌다.

경제상황이 개선되며 테이퍼링 찬성 의견이 연준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내년 FOMC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 연은 총재는 “일반적이지 않은 통화완화책에서 보다 중립적으로 전환할 때”라며 테이퍼링을 지지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도 전날 CNBC에 “두 달 뒤인 올 10월부터는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며 연준 인사 중 가장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가 “현재 미국의 인플레가 채권 매입을 줄여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의 항체도 뚫어 돌파 감염시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델타 변이 확산이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데일리 총재는 “전반적으로는 델타 변이가 경제 회복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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