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제주체들이 완전하게 합리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으며,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태생부터 행동경제학은 학계의 변방으로 취급 받았는데, 세일러 교수는 올해 노벨상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에 접목한 학문적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세일러 교수를 제49회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 측은 “세일러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현실적인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의 분석으로 통합한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켰다는 것이다. 인간의 특성이 개인의 선택과 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데 기여했다고 노벨위원회는 평가했다.
세일러 교수의 학문적 성과와 함께 행동경제학의 위상도 격상됐다. 그는 2015년 미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는 대니얼 커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과 함께 행동경제학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두 교수는 앞서 지난 2002년과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이미 수상했다.
김 교수는 “세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 연구를 많이 한 학자”라면서 “동시에 행동경제학의 대중화 작업도 열심히 했다. 대중뿐만 아니라 동료 경제학자들에게도 알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세일러 교수가 국내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로 유명한 것도 우연은 아닌 셈이다.
넛지는 경제학에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세일러 교수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는 뜻의 넛지라는 단어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썼다. 강제로 무엇인가 금지 시키거나 명령하는 게 아니라, 옆구리를 툭 찌르는 듯한 권유로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일러 교수의 업적은 경제학 내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이 돼서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도까지 보편화돼 있다”면서 “세일러 교수의 연구가 보다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일러 교수는 이외에 ‘승자의 저주’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 다수의 저서들을 집필하면서 대중적으로도 친근한 학자다.
한편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상이 처음 생긴 1895년 당시에는 없었다.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의 창립 300주년을 맞아 신설됐고, 1969년부터 시상해왔다.
이 상의 공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상금은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억7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