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까지 이데일리가 ‘전기요금 당정 TF(태스크포스)’ 위원 15명 전원(위원 연락 불발 시 실무자 포함)을 대상으로 누진제 개편안 현황을 물은 결과 “결정되거나 합의된 개편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러 위원들은 “‘6단계, 11.7배 누진제를 3단계, 3배 등으로 개편하겠다’고 논의한 적이 없고 그렇게 논의가 좁혀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당정TF “원가도 모르는데..합의된 개편안 無”
|
하지만 누진제 관련 소비자 소송이 패소한 이후 정부 기류가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정우석 판사)는 지난 6일 누진제 관련해 “수인한도(受忍限度·피해의 정도에서 참을 수 있는 한도)에 어긋났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한전(015760) 손을 들어줬다. 이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누진제 폐지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연내 확정-내년초 시행” 입장을 밝혀, “11월 말까지 개편안이 결정돼야 한다”는 조환익 한전 사장과 입장이 엇갈렸다.
총괄원가 공개도 늦어지고 있다. 주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감에서 “전기요금 총괄원가 공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지만 1달째 TF에 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전력의 총괄원가는 연료비, 인건비 등 생산원가에 일정 수준의 적정 이익(적정투자보수금)까지 더해 계산한다. 총괄원가가 공개되면 한전이 얼마나 초과 이익을 남기는지 알 수 있다. 또 주택·교육·산업용 등 용도별 원가가 공개되면 요금 형평성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2014년부터 3년째 한전의 원가 자료를 비공개 중이다.
◇주먹구구식 원가관리 논란..“겨울철 저소득층 피해 우려돼”
이 결과 누진제 TF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총괄원가나 용도별 원가 자료가 제출돼야 누진율 완화 수준, 누진 1~6 단계별 요금 적정선 등을 결론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TF는 출범 때부터 산업부에 원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TF 관계자는 “1단계 요금을 얼마부터 시작할지가 원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원가 자료 없이는 개편안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산업부가 원가 자료를 주기 전까지는 앞으로 TF 차원에서 누진제 개편 관련해 할 수 있는 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산업부가 그동안 전기요금 원가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했거나 고의적으로 원가 자료 제출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회계사 출신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체 분석 결과 한전은 100원에 팔아 38원을 남기고 있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애플(28%)과 삼성(13%)보다 높았다”며 “5일간 분석해도 나오는데 정부는 아직도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가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날씨가 선선해지면 누진제 개편에 미온적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이대로 가면 겨울철 난방비 누진제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전기장판 등으로 겨울을 나는 저소득층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회계법인의 검증이 끝나야 한다. 정확히 언제 끝날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가급적 빨리 하겠다”고 말했다.
|
☞ [국감]주형환 장관 "누진제 폐지 곤란..전력시장 개방 검토"(종합)
☞ [국감]조환익 한전 사장 "누진제 폐지 無..산업용 인상 검토"(종합)
☞ [사설] 전기료 누진제 개편 시늉만으론 안 된다
☞ 누진제 '탁상판결' 논란..전기요금 개편 '빨간불'(종합)
☞ 공정위, 한전 '누진제 위법성' 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