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현대건설 본입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수개월간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해 온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다. 충분히 준비해 온 만큼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2일 "본입찰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되고 있다"며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대략적인 틀은 모두 갖춘 상태"라고 밝혔다.
◇기아차,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참여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 무차입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 컨소시엄에는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가 들어간다.
당초 기아차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하에 최종 참여키로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넉넉하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들어 판매 호조로 말썽 많았던 해외법인들의 실적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고 지난 3분기에는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좋은 실적을 보이는 만큼 장기적 차원의 참여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에 기아차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실적도 매우 호전된데다 해외공장 등에 대한 투자도 이미 끝난 상태여서 참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그룹 내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아직 '공란'..현대그룹의 '벼랑 끝 전술'이 변수
현재 현대차그룹이 최종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가격부분이다. 내부적으로 적정가격을 이미 산정한 상태이지만 상대인 현대그룹이 얼마나 베팅할 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시장을 통해 단기차입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700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도 받은 상태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벼랑 끝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략적 투자자(SI)였던 독일의 M+W그룹과도 결별한 상태인데다 당초 유치하려했던 중동계 자금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절박하다. 따라서 그룹의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쏟아부을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현대차로서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M&A에 있어서 가격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란으로 비워두는 것이 불문율이다. 마지막까지 어떤 돌발 변수가 나올 지 모르기 때문에 최종 본입찰시 가격은 최고 경영자가 작성한다. 결국 정몽구 회장의 결심만 남은 상태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공란으로 비워둔 상태"라면서 "인수가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도 시장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가격을 써낼 것이며 내부적으로는 이미 마지노선을 만들어 둔 상태"라고 밝혔다.
◇'M+W·정책금융公 가이드라인', 현대그룹에 '치명타'
현대건설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예상보다 빨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모두 첨예한 대립을 한 상황이어서 선정 기간이 길어질 수록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등에서는 오는 16일이나 17일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양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11일 정책금융공사가 '비가격적 요소'를 강조한 것도 현대차그룹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수사와 피인수사가 동반 부실화되는 '승자의 저주' ▲인수후보가 현대건설을 장기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인수 후 현대건설 기업 가치훼손 등을 평가기준을 결정할 때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본입찰을 나흘 앞두고 현대그룹에게 터진 일련의 악재 등을 종합해볼 때 결국 이번 인수전의 무게중심은 현대차그룹쪽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M+W그룹 하차로 현대그룹의 자금 및 제반사안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쪽으로 무게중심이 더 많이 가있다는 것이 시장의 공감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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