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동차)`일본판 페라리` 퇴역하다

조영행 기자I 2005.11.09 16:08:51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세계 자동차시장에는 어제도 오늘도 무수히 많은 신차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제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자동차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최초의 `슈퍼카`라는 신화를 남기고 퇴역하는 일본판 페라리 `혼다 NSX`를 소개합니다.

자동차 중의 자동차라는 `슈퍼카`의 계보를 들여다보면 유럽 자동차 일색이다.

세계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미국이나 그런 미국을 위협하며 세계시장을 아우르는 일본도 슈퍼카에 대해서 만큼은 한 두걸음을 양보해야 한다.

`슈퍼카`의 출발부터가 유럽의 전통 있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바탕으로 탄생하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에서 비껴난 지역, 특히 후발국가가 이를 따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이 자동차 경주는 운전기술이 아니라 자동차 기술의 경합장이었고, 뛰어난 카 레이서가 좋은 차를 만드는 일이 늘 되풀이돼왔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이를 인식하고 1960년대부터 F1 그랑프리 같은 유서 깊은 대회에 카레이싱 팀을 참가시켜 기술을 검증 받았다. 혼다의 경우 1962년 스즈카 서키트를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한 지 불과 1년 만인 1964년에 F1에 도전해 1965년에 우승을 안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런 경험을 축적을 바탕으로 혼다가 4년 간의 개발 과정 끝에 1989년 시카고 모터쇼에서 공개한 것이 바로 일본 최초의 슈퍼카 NSX다. 지금은 거의 슈퍼카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양산 자동차로는 최초로 적용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혼다의 역사에서도 미드십 타입(엔진이 앞쪽이 아니라 운전석 뒤와 뒷바퀴 사이에 장착되는 자동차)의 스포츠카를 생산한 것은 NSX가 처음이었다.

91년 양산차 버전으로 공식 생산이 시작된 NSX는 90년대 미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영화 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이 즐겨 타는 차로 유명세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 출시 브랜드는 어큐라 NSX다. NSX는 출시 첫해인 1991년 6500대가 판매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 8000 대 이상이 팔렸다.

페라리를 빼다 박은 디자인에다 `슈퍼카`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주행성능으로 `일본의 페라리`라는 명성을 얻은 NSX는 아쉽게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15년 동안 초기의 디자인 스타일을 그대로 고집하며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NSX는 HSC(옆 사진)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HSC는 지난 2003년 컨셉카만 공개된 상태로 양산차는 2008년 이후에나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후속차량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NSX가 서둘러 단종되는 것은 내년부터 크게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안전기준을 충족하려면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NSX는 6기통 3200cc 엔진과 3000cc 엔진 두개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속성을 보강한 2005년 모델의 경우 3200cc 엔진이 최대출력 290마력에 최고시속 280킬로미터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정지가속은 약 5초.

최근 유럽 계열 슈퍼카들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워낙 눈부신터라 부가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의 슈퍼카에는 다시 한걸음을 내준 듯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가격과 사양에 이만한 성능을 내는 자동차도 드물다. 오히려 배기량이 3200cc에 불과한 6기통 엔진으로 슈퍼카급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놀랍다. 이를 이해하려면 혼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한 VTEC 엔진을 이해해야 한다.

대개 경주용 자동차와 일반 자동차에 사용되는 엔진은 다른 속성을 갖도록 설계된다.

고속주행이 필수적인 경주용 자동차는 상용 RPM을 높게 해서 최대 출력을 내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 주행하는 일반 자동차 엔진은 실용성을 살려 저속 중의 토크를 높이는 데 치중한 설계를 한다. 

따라서 일반 자동차 엔진으로는 고속 영역의 출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경주용 자동차 엔진으로는 연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VTEC 엔진은 이런 특성을 살려 실용성과 출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기술적으로 밸브 타이밍과 밸브 리프트를 가변시켜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최대의 효율을 낸다는 것이 VTEC 엔진의 개념인데, 혼다가 세계에서 이를 최초로 개발하며 `엔진의 혼다`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인 컨슈머 가이드에서는 2005년 형 NSX에 대해 스티어링과 핸들링, 제동력에는 10점 만점을 매겨 최고의 주행성능을 인정했다. 갤런 당 22마일의 연비도 성능해 비해 우수하다며 6점을 매겼다. 반면 승차감은 2점, 정숙성은 4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한편 NSX의 뒤를 이을 HSC는 10기통 엔진을 장착해 혼다 역사상 최강의 파워를 갖출 것으로 만 알려져 있는 상태다. NSX의 단종이 아쉬운 만큼 다시 돌아올 일본의 슈퍼카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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