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13%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 경제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는데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각종 이해상충으로 정책수단의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감독당국은 신용불량자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치유책은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대적 사면이나 획기적 구제방안은 그 자체의 효과에 상관없이 연체자 혹은 잠재적 연체자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겨 채무상환 기피와 신용불량자 양산을 거쳐 다시 획기적 대책과 사면압박의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불량 구제..이해상충과 선택의 문제 = 금융채무자의 모럴해저드가 심화될 경우 금융부실로 전가될 수 있어 시장이 민감한 현 상황하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월 신용불량자 증가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은 20~30대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신용카드 관련 연체가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에 따른 소득감소도 원인이지만 그동안 회원영입을 통한 확장영업에 몰두해 온 카드사들이 올들어 대규모 적자와 유동성 리스크 등에 직면하면서 엄격한 채권회수와 연체율 관리에 나선 것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감독당국으로서는 시장안정의 선결조건인 카드사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본확충외에 연체율 감축 등을 독려해야 할 입장이지만 이 경우 신용불량자 양산은 불가피하며, 감축을 위해 또 다른 대안을 강구하는 모순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부적격자에 대한 부분별한 카드남발과 그동안 계속된 은행의 가계대출 중심 영업 등을 감안할 때 경기가 조기에 회복돼 소득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연체율 상승과 신용불량자 증가를 꺾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획기적 대책보다 제도개선에 무게 = 따라서 신용불량자 문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채권자 일방의 논리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체자 개인특성에 맞는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신용불량자의 경우 1000만원 미만 소액연체자의 경우 대환대출 등의 채무조정방안을 강구하고, 1000만원 이상 고액연체자중 신용회복의지와 능력이 있는 경우는 금융회사 공동의 신용회복지원제도(개인워크아웃제도)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
고액연체자중 금융사의 지원이 어려울 경우 개인워크아웃 대신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도산법상의 법원주도 절차인 개인회생제도를 활용하고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개인파산제도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감독당국에서는 신용불량자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이뤄지고 있어 향후 정책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외국의 경우 신용불량자제도 자체가 없고 금융사가 엄격한 개인별 연체정보 관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개월이상 연체금액이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일률적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 매달 공개됨으로써 경제·사회적 문제 가능성이 확대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 등록제도에 대한 폐지나 개선문제는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한차례 검토가 이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