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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선임하는 데 필요한 주주의 정족수가 부족한 탓이다. 남양유업 정관을 보면 `이사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되 그 지분이 전체 주식 4분의 1을 넘어야 유효하다`고 돼 있다.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해서 예고된 수순이었다. 법원은 지난 27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홍 회장의 이날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의결권 행사를 100억원을 지급하라는 단서가 붙은 탓에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강행하기 어려웠다.
애초 홍 회장은 사 매각을 보류한 채 자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전략을 폈다. 이를 위해 자신을 제외하고 남양유업에 근무하는 지종숙(모친)·진석(첫째 아들)·범석(둘째 아들) 이사 등 일가가 사임할 예정이었다.
이들 3인이 나가고 발생하는 공석에 김승언(45) 남양유업 수석본부장(상무보), 정재연(54)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상무보), 이창원(54) 남양유업 나주공장장 등을 앉히고자 했다. 그래서 이날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계획이 무산하면서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과 가까운 인물은 “그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크게 분노한 걸로 안다”며 “한앤코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리라는 심경은 변할 일이 없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회장을 필두로 남양유업이 헤쳐야 할 경영 현안은 녹록지 않다. 우선 한앤코와 법적 분쟁을 대비해야 한다. 법원이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서 `주식 매매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앞으로 `경영진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서 홍 회장이 자의로 회사를 운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대로 홍 회장이 한앤코를 상대로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위약벌 소송에서도 입지가 약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무당국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세무 조사를 펴고 있다. 지난 27일 본사와 서울 영업소 2곳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 전후로 주가가 오르내린 배경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해제를 통보하는 과정이 점검 대상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실적마저 따라주지 않는 형편이다. 남양유업은 상반기부터 경쟁사인 빙그레에 매출이 뒤지기 시작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추세를 보면 둘의 업계 순위가 바뀐 것으로 평가하기 충분해 보이는데 하반기 들어서도 이 순위가 굳어지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