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의 사전적 의미는 분명하다. 차가 스스로 운전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사고를 낸 운전자는 자율주행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기술적, 법적 정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4단계는 일정 조건 하에서의 완전 자율주행이다.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대표적인 예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에서는 운전석이 비어있는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피닉스시 경계 내에서는 모든 운전에 대한 책임을 자동차가 지는 것이다. 하지만 피닉스 시를 벗어나면 바로 3단계도 아닌 2단계 또는 1단계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4단계 자율주행의 문제이다. 5단계가 되면 비로소 사전적 의미의 자율주행이 완성되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운전에 대한 책임은 자동차가 지고 인간은 더 이상 운전에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 개발 회사들의 현 수준은 대부분 2단계에 머물고 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4단계라고는 하지만 피닉스시를 벗어나면 2단계로 떨어지니 피닉스 시에 살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2단계와 다름이 없다. BMW가 2018년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지만 3단계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날 경우의 법적인 책임 문제로 상용화를 포기했다. 작년부터 테슬라가 시험운행하고 있는 완전 자율주행 역시 운전자에게 상시 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2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만 완전 자율주행이지 실제로는 불완전 자율주행인 셈이다.
문제는 인간의 습성이 불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살아가는데 적합지 않다는 데 있다. 2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을 운전할 때 아무리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말라고 경고를 해도 차량이 알아서 차선도 변경하고 교차로에서 회전도 하면 어느새 우리는 자율주행을 믿고 다른데 정신을 팔기 시작하게 된다. 2020년 MIT의 연구에 의하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50% 이상 전방 주시를 하지 않고, 33%의 운전자는 아예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습성에 맞게 하루아침에 5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 게 불가능하니 결국 불완전 자율주행에 인간의 습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는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 차량 내부 카메라로 감시하라는 것이다.
자동차에게 감시당하면서까지 불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운전해야 할까.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요즘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찾기 어렵듯이 몇 년 후에는 고사양의 자율주행 기능과 내부 감시 카메라를 장착하지 않은 자동차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가 개발되어 더 이상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 감시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불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선택은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구모델의 자동차를 찾는 게 아니라 내부 감시 기능이 불필요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지 그리고 내부 감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이 어떻게 공유되고 사용되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