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남의 잔치일 뿐이다. 대다수 개인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훨씬 못미치는 성과에 그치고 있다. 이달 들어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개인은 5개 종목에서 손실을 내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까지 범위를 넓혀도 현재 주가가 평균 매수가격보다 높다. 사는 종목마다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기관은 10개 중 8개 종목이 수익권에 있다.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시장도 최근 오름세라곤 하지만 여전히 최고가와는 거리가 멀다. 1년 전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시장 저평가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상장사도 코스닥에 실망하고 기회만 되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려 한다. 코스닥시장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네이버(옛 NHN)가 지난 2008년 짐을 꾸린데 이어 최근 카카오(옛 다음)가 떠날 채비 중이다.
코스닥시장이 2부리그로 전락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넷마블게임즈 등 코스닥 시장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 코스닥시장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이가 없다. 주요 시장이 잘 나가는데 주변 시장 문제를 들춰내 잔치 분위기에 찬물 끼얹을 필요가 없는 걸까.
코스닥 상장사가 대체로 저평가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낸다 한들 협력사 이익도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경제 민주화 공약이 주요 이슈였지만 4년 동안 바뀐 게 없다. 코스닥 상장사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점도 저평가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증권사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중·소형주를 분석하는 데 인색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니 기관들은 투자를 포기한다.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검증하는 대기업과 달리 코스닥 상장사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꿈을 먹고 사는 코스닥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도 성장 과실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