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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사회에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지난 15일 75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자택에서 투병 중이었다. 최근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을 거뒀다.
16일부터 성공회대 내 성미가엘 성당에 마련한 빈소에는 문재인·안철수 의원과 이재정·조희연 교육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를 비롯해 수천명의 시민이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고인과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오병철(80) 씨는 “재소자의 신망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하며 “교도소에 있던 조폭이나 깡패까지 (고인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988년 8·15 광복절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20년 20일을 복역했다. 고인은 출소 후 감옥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썼던 엽서와 글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묶어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전도유망했던 경제학도가 시국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수로 살면서 겪었던 내면의 성찰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담은 책은 이내 198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8년 사면복권된 고인은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사회과학입문·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하며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 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의 책으로 독자들도 만났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시대적 담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지만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암 투병 소식은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유작 ‘담론’을 출간하면서 공개됐다. ‘담론’ 발간 이후 사실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신 교수는 지난해 7월 만해상 수감을 통해 투병 중인 심정을 담담히 전하기도 했다.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18일 오전 치른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 )씨와 아들 지용(26) 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