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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멘 곳곳에서는 선거를 반대하는 시위와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으면서 살레 전 대통령의 33년 장기집권을 마무리하는 역사적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예멘 수도 사나를 비롯한 도시 전체에서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남부 지역의 일부 투표소 밖에서는 총격전이 발생, 최소 5명이 사망했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괴한들이 투표소에서 수십 개의 투표함을 들고 나가기도 했다.
하디 부통령은 이날 수도 사나에 위치한 자신의 집 근처에서 투표했다. 투표를 앞두고 폭탄 테러 협박을 받아 투표소를 급하게 변경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디 부통령의 주변 경호도 더욱 삼엄해졌다. 그는 투표 후 "이번 선거는 더 근대화된 예멘을 위한 질적인 도약"이라며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결과는 이틀 뒤인 23일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예멘 법률상 최대 열흘이 소요될 수도 있다. WP는 사실상 하디 부통령의 승리로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후보자가 1명 밖에 나오지 않아 선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디 부통령은 지난해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합의한 권력 이양 안에 따라 단독 후보에 올랐다. 작년 6월 대통령궁 폭탄 테러로 살레 대통령이 다치자 대통령직을 위임받고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멘인들은 새 지도자가 누가 되든 살레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전을 종식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급진적이기 보다 안정적인 정권이 세워지길 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살레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새 지도자로 당선될 가능성이 큰 이상 사실상 이전 정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레 전 대통령이 수년 동안 각 부족 연합과 정치권에 가족 등 최측근을 심어놨기 때문에 새 정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살레 전 대통령은 미국과 주변국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살레는 면책을 조건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걸프협력회의(GCC) 중재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후 하디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긴 살레는 얼마 전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살레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밤 국영 TV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TV에서 "나는 권위와 작별을 고했다"라며 "시민으로 남을 것이며 나라를 위해 계속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