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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기업강국)(28)`유통코리아`, 밖에서 신화쓴다

유용무 기자I 2009.03.31 14:22:49

''시장포화'' 국내 대신 ''무주공산'' 해외로
롯데·신세계, 빠르게 매장확대..수익성도 궤도에
홈쇼핑·오픈마켓도 다양한 도전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2004년 6월초. 구학서 당시 신세계 사장(현 부회장)은 큰 고민에 빠졌다. 힘겹게 첫 발을 디딘 중국 대형마트 사업이 생각만큼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에 10개 이상씩 점포를 열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중국사업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7년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냈지만, 그 뒤로 출점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인 그였지만, 해법이 보이지 않는 중국사업에 대한 부담감은 어깨를 짓눌렀다. 이로 인해 그는 며칠간 밤잠까지 설쳤다.

장고를 거듭하던 구 사장은 2호점 루이홍점 오픈을 앞두고 해당부서에 '특명'을 내렸다. 7년간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현지인들의 구매패턴과 국내 할인마트의 운영노하우를 접목하란 지시였다. 현지화와 차별화가 그 핵심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9년. 신세계 중국 이마트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점포 수는 어느새 20개가 됐고, 적자에 허덕이던 점포들은 서서히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향후 5년내 29개 도시에 88개 점포를 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란 용어가 낯설지가 않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 최근 문을 연 중국 이마트 20호점 "메이장점"
고성장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는 2~3년 뒤면 한계상황을 맞게 되고, 백화점은 수년후 점포를 낼 곳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홈쇼핑 역시 성장 정체가 예고된 상태다.

점포를 확장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유통업체들로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시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자, 잠재된 '성장동력'이나 다름없다.

◇ 유통 쌍두마차 "국내는 좁다"

유통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는 대한민국 유통사(史)를 새로 쓴 주역들이다. 그 중 신세계는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지난 1997년 국내 유통기업으로는 처음 중국 상하이에 해외 점포를 열었다.

이후 선택과 집중을 거듭하며, 외형 확대와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 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이미 까르푸와 월마트라는 세계적인 마트들이 한발 앞서 진출한 데다, 현지 유통구조와 소비문화 등이 우리와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004170)는 달랐다. '한국형 이마트'의 운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강점을 부각시켰고, 현지인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시켰다. 그런 노력의 결과는 이마트만의 경쟁력으로 돌아왔다.

신세계가 대형마트를 활용했다면, 롯데(롯데쇼핑(023530))는 '백화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는 지난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1호점을 열었고, 이듬해엔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을 정조준했다.

▲ 지난해 문을 연 롯데백화점 베이징점

아직까지 성과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해외사업 특성상 3년 이상은 시장진입을 위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30년의 백화점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그 기간을 단축할 태세다. 또 점점 현지인들로부터 교감도 얻어가고 있다.

올해 톈진에 중국 2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베트남·러시아·인도 등지에 추가 출점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룹 유통사업의 또 다른 축인 롯데마트는 해외사업에 있어 '다크호스'로 통한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중국(8개), 인도네시아(19개), 베트남(1개) 등 아시아 3개국에 진출했는가 하면, 올해 추가로 해외에만 4개 점포(중국 베이징·칭다오, 베트남 호치민)를 새로 열 계획이다.

◇ 홈쇼핑 "해외 시청자를 고객으로"

세계인의 안방 점령을 위한 홈쇼핑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노력도 뒤지지 않는다. 새로운 '돌파구'와 '성장판'으로 해외를 택한 것이다.

CJ홈쇼핑(035760)과 GS홈쇼핑은 그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첫선을 보인 동방CJ홈쇼핑은 대표적인 해외 성공모델로 통한다. 지난해 매출 2100억원을 올렸고, 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 안에선 적응기를 넘어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해 톈진에 '티엔티엔CJ'가 첫 전파를 쐈고, 올 상반기 중엔 인도에도 홈쇼핑 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연내 베트남 시장 진출도 점점 무르익고 있다.

▲ 동방CJ홈쇼핑 방송 장면
업계 1위 GS홈쇼핑(028150)의 충칭GS쇼핑(05년 3월 개국)도 초반 부진을 털고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손익분기 달성이 1차 목표지만, 중국 내 여타 지역과 동남아권 진출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롯데홈쇼핑은 연내 중국 또는 동남아권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농수산홈쇼핑은 이달 초 미국 LA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밖에 온라인 유통시장의 절대강자인 G마켓의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07년)·싱가포르(08년)에 이어 동남아권 전체로의 확대를 모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진출도 검토중에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그 나라의 소비성향과 문화차이, 소득수준 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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