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순종보다는 저항이, 또 저항보다는 보복이 공격을 저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 교수(사진)의 '게임이론'이 요체는 이같은 문장으로 요약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제로섬 형태의 마찰적 게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보복전략을 택하는 것이 이익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이다.
셸링 교수가 북핵을 보는 시점도 이와 같다. 그는 18일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놀라운 60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게임이론으로 북핵 문제를 조명했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이 이익을 위해 나를 배신할 경우, 언제든지 보복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공개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상대방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 북한이 취하는 액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언제든지 전쟁을 할 태세를 갖췄다는 것을 과시해서 보여주기 위해 핵 실험을 단행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이 펼친 핵무기 경쟁을 게임이론으로 풀어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날 강연도 소련 대신 북한이라는 점 외에 사실 새로운 것은 없었다.
지난 1950년대와 60년대에도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다는 이론을 펼쳤을 때 자신의 주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난 60년간 그의 예상대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있어도 사용한 국가는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셸링 교수는 "전 세계 국가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신념을 가진다면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NPT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또 그는 북한이 벼랑끝 전술 차원에서 북ㆍ미 양자대화를 위한 협상용으로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하고, 따라서 북한과 회담 의지를 보이지 않는 미국의 태도를 비난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양자회담을 가질 경우 북한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인식될 것을 우려해 이를 꺼리고 있지만 양국간의 대화가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양자회담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