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한나기자] 환율이 8년 6개월내 최저로 떨어졌다. 역외 매도와 외인의 주식순매수에 따른 팔자세가 너무 강했다.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 물량이 유입되기는 했지만 속절없이 떨어지는 환율을 잡아매기엔 힘이 달렸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급락한 957.3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1997년 10월27일 종가인 939.9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환율을 끌어내린 주체는 외국인. 나흘 연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은 환율 하락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역외 매도세가 얹혔고, 서울외환시장은 속수무책이었다.
참가자들의 심리를 약화시키는 재료도 자꾸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과 중국 위안화 절상 임박에 대한 뉴스는 안 그래도 좌절된 매수심리를 넉다운시켰다.
◇5일 시황
출발부터 불안했다. 전날의 약세를 떨쳐내지 못하고, 이날 환율은 하락 출발했다. 개장가는 전날 종가보다 2.1원 낮은 961원. 소폭 반등하던 환율이 다시 961원으로 밀리자 당국의 개입성 매수세가 유입됐고, 환율은 963원선까지 올랐다.
개입의 영향력은 거기까지였다. 역외에서 팔자세가 강해졌고, 외인들은 쉬지 않고 주식을 사들였다. 환율은 연중 저점을 깬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후에도 하락세는 계속됐다. 당국의 개입성 물량은 `상승시 매도`로 활용됐다. 글로벌 달러 약세는 시장을 더욱 아래쪽으로 밀었다. 역내 참가자들도 손절에 바빴다. 결국 환율은 8년 6개월내 최저로 마감됐다.
◇어디까지 떨어지나..
최근의 환율 급락 저변에는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거대한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조만간 중단될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참가자들 사이에 공고해지고 있는 것.
달러/엔 하락과 한층 높아진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도 이날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 아시아권 통화들이 다같이 강세 압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배당금 역송금 수요에 대한 기대가 무산된 것이 환율을 더욱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당금 역송금 수요에 대한 좌절은 심리를 위축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수급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금을 손에 쥔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곧바로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 이는 비(非) 달러화로 이동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관심과 맥을 같이 한다.
바닥은 더 아래쪽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이데일리가 실시한 긴급 폴에서, 외환전문가들은 950원을 이번 급락장의 저점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연중 저점인 957원선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환율 급락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역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전망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외가 맘먹고 팔면 그야말로 방법이 없다"며 "당국의 개입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상승 모멘텀이 없어 당분간 하락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지표들
오후 4시1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6.7엔대를 보이고 있다. 전날보다 1엔 이상 낮아진 수준이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820원대를 기록중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나흘동안 외인의 주식순매수량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현물환은 서울외환중개를 통해 41억97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9억915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959.50원으로 고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