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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STO 다음 격전지는 채권·MMF…증권사 선점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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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6.07.02 06:10:05

한투·미래에셋·KB·신한, 플랫폼·해외 인프라·국채 토큰화 실험
주요 증권사, 채권·MMF 등 정형 금융자산 온체인화 검토
7월 가이드라인이 분수령…풀링·온체인 결제 등 제도 향방 주목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토큰증권(STO) 준비 범위가 조각투자를 넘어 채권·MMF·펀드 등 정형 금융자산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술품·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기 시장이 제도권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인프라에 올리는 실험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마켓인] STO 다음 격전지는 채권·MMF…증권사 선점전 본격화


1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업계 STO 준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0곳 중 최소 3곳이 채권·MMF·회사채·펀드 등 정형 금융자산을 토큰증권 인프라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토큰증권 논의가 미술품·한우·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 조각투자에 집중됐다면, 법 시행을 앞두고는 기존 자본시장 상품을 분산원장 기반으로 발행·관리하는 방향까지 검토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별 전략은 자체 플랫폼 구축, 해외 토큰화 인프라 참여, 채권형 상품 협업 등으로 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채권·MMF 등을 포함한 자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사업 준비를 본격화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통합 모델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홍콩에서 국내 금융권 최초로 1000억원 규모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미국 예탁결제기관 DTCC가 주도하는 토큰화 워킹그룹에도 참여하며 해외 시장에서 먼저 정형자산 토큰화 경험을 쌓고 있다.

자산운용 영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온도파이낸스와 디지털자산 기반 투자상품 및 토큰화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자회사 글로벌X가 운용하는 미국 상장 ETF에서 출발해 향후 유럽·홍콩·일본·캐나다·호주 등 주요 시장에 상장된 펀드로 토큰화 대상을 넓히는 구상이다. 다만 국내가 아닌 해외 상장 ETF에서 실험을 시작한 것은 국내 제도가 아직 비상장·비정형 증권 수용을 우선하고 있어 상장 ETF와 국채·MMF 등 정형증권 토큰화가 제도적으로 열린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회사채·펀드·신탁수익증권 등 자본시장 주류 자산의 온체인화를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달 초에는 캔톤 재단·웨이브릿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분산원장 기반 금융상품의 국내 도입과 해외 유통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RWA 플랫폼 이더퓨즈와 한국 국채 기반 스테이블본드 'KTB'관련 협력을 추진 중이다. 신한의 경우 증권사가 직접 상품을 발행·판매하는 형태는 아니나, 향후 채권형 RWA 시장이 열릴 경우 자산 조달·관리 영역에서 역할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정형 금융자산 토큰화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기존 조각투자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서비스가 개시된 4개 조각투자 샌드박스 사업자의 유통채널 거래금액 합계는 약 145억원에 그쳤다. 미술품·부동산·음원 등 비정형 자산 중심의 조각투자는 투자자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증권사가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채권·MMF·펀드 등 정형 금융자산은 기존 자본시장 안에 발행·판매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 역시 지난 5월 토큰증권 협의체를 통해 신종증권뿐 아니라 주식·채권·MMF 등 정형증권 토큰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조각투자보다 투자자 저변이 넓고 가치평가가 비교적 명확한 자산부터 시장을 키우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큰화 MMF '비들(BUIDL)'은 운용자산 25억달러(약 3조 8000억원)를 넘겼고, RWA 기업 온도파이낸스가 운영하는 토큰화 증권 플랫폼의 누적 거래 규모는 180억달러(27조 9900억원)를 웃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 DTCC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도 국채와 상장주식 토큰화 실험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제도화 이후에도 채권·MMF 같은 정형 금융자산 기반 토큰 상품이 곧바로 출시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채권이나 금융자산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구조는 비정형자산보다 더욱 복잡하지만 아직 세부 기준 마련은 발도 채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동일한 종류의 기초자산을 일정 범위 안에서 묶어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어느 자산까지 허용할지, 투자자에게 어떤 위험을 어떻게 공시할지 등의 자세한 내용은 7월 중 발표가 예상되는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형 금융자산은 기존 자본시장 규제를 피해가기 어려워 더욱 난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채권은 채무증권, MMF는 집합투자상품 성격이 강해 블록체인에 올리더라도 발행·판매·운용·수탁 전 단계에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는다. 토큰 발행 인프라가 마련된다고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닌 만큼, 정형자산 토큰화는 법 시행 이후에도 기초자산 범위와 유통·결제 기준이 정비되는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시장이 커지려면 미술품이나 부동산 조각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채권, MMF, 펀드처럼 기존 자본시장에 이미 투자자와 발행 기반이 있는 상품을 어떻게 온체인화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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