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24시간 PC방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매일 14시간씩 가게를 지킨다. 여름 성수기에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려면 아르바이트생을 더 뽑아야 하지만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워 직접 가게 일을 도맡고 있다. 치솟는 임금에 결국 PC방 안에서 음식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받아오는 로봇인 ‘퇴식용 로봇’ 2대까지 동원한 상황이다. 그는 “각종 수당을 더하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 한다”며 “최저임금 1만 2000원은 말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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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증가로 인한 고용감축 우려는 업종을 불문하고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10년 전 직원에게 준 월급이 15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280만원으로 2배가량 늘며 수입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3명뿐인 직원을 더 줄여야 할 것 같다”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문 닫는 주유소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와 일자리가 줄지 않도록 정부가 숨통을 터줘야 한다”며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높은 노동강도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도 고민이다. 송모(66)씨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식당에서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적은 시급 9300원을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6일 근무한다. 송씨는 “최소 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만두라고 하니까 참는다”며 “고용불안 때문에 시급을 안 올리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제조업체에서 1년째 근무 중인 이모(27)씨도 “물가를 생각하면 최저임금이 만원까지 올라야 할 것 같다”면서도 “회사가 직원을 안 뽑아서 여러 명이 할 일을 혼자 처리하느라 업무 강도가 세졌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는 노동자의 염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7%는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기존 인력을 줄이거나 근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사각지대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고려하라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최저임금만큼 돈을 못 받는 사람이 많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 수를 파악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상향 책정된 뒤 모든 업종에 고정적으로 적용되면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업종별·지역별로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