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음을 드러내는 문서가 공개됐다.
아베 총리는 이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의혹은 진실게임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만약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 그래도 위기에 몰린 아베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당장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가케학원 이사장과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 비서관 등 이 사건 관련자의 국회 증인 소환을 요구하며 대여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22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날 에히메(愛媛)현이 공개한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날 저녁 문서가 공개된 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반나절 만에 의혹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문서에서 지적된 날에 가케학원의 가케 이사장과 만난 적 없다. 혹시 몰라 (총리) 관저의 기록을 살펴봤어도 (면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혹의 핵심인) 수의학부 신설에 대해 가케 이사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도, 내가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가케 이사장의 총리 관저 출입기록이 있느냐는 질문에 “출입기록은 조기 폐기 취급 자료여서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의 가케 이사장 면담 기록도 “없다”고 덧붙였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이 재단의 가케 이사장과 수의학부 신설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으며 작년 1월 20일 가케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아베 총리의 발언이 거짓말임을 시사하는 문서는 에히메현이 과거 작성해 전날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에히메현은 전날 ‘2015년 2월 말 가케학원의 가케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면담, 수의학부 구상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이는 2007년 1월 처음 알았다는 총리의 발언과 명백히 배치되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가케 이사장의 설명을 듣고 “그런 새로운 수의대학(신설) 생각은 좋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詩廣) 에히메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현이 작성한 문서의 내용을 부인한데 대해 “국회 요청에 의해 만든 것으로, 직원들이 3년 전의 문서를 고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현 간부도 교도통신에 “당시의 담당 직원이 학원 측으로부터 듣고 적은 내용을 정직하게 쓴 것이다”라며 “각색하거나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서 내용이 사실이면 총리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인 데다, 수의학부 신설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만큼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아베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권은 아베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강공을 펼쳤고 여권 내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트 아베 주자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은 “국회에서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설명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비판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이시다 노리토시(石田祝稔) 정조회장도 “총리, 에히메현 어느 쪽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진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역시 “한 나라의 총리가 국민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총리의 답변이 거짓말이었다면 내각 총사퇴에 해당한다”(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등의 발언으로 아베 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단 의혹을 부인했지만, 사학 스캔들은 향후 아베 내각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폭발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