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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손으로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면면’). “뒤에서 자꾸 부르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여행의 역사’).
관조가 아니다. 절박함이다. 서서히 옭아매 기어이 저린 감성을 끌어내는 시인 이병률이 네 번째 시집 ‘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을 냈다. ‘당신은 어디론가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이후 3년 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 2006년 현대시학작품상까지 수상했지만 사실 그를 알린 건 여행산문집이다. 합쳐 70만부 이상 팔린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다.
시인에게 슬픔은 되레 힘이다. 불가능성 앞에서 슬픔을 쥐고 그 힘으로 서 있는 사람이 돼가기 때문. 그 대표성을 띠는 곳이 ‘눈사람 여관’이다. 누구나 잠시 머무는 그곳은 모두가 객체가 돼 타인의 삶을 온몸으로 겪는 슬픔의 처소, ‘세상의 나머지’다.
후배 시인 유희경이 그를 일러 “무채색의 사람”이라 평했다. “하얀 눈밭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한 사람의 시인이 녹고 있다”고 붙였다. 그에 대한 시인의 화답은 이렇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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