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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그린스펀의 IQ가 3000이라구요?

강종구 기자I 2002.08.12 18:05:32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의 금리인하여부를 놓고 전세계의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리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를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흔히 시장의 IQ를 3000이라고 하는데 과연 누가 더 똑똑한 걸까요. 국제부의 강종구 기자가 정리합니다.

요즘 주식투자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죠.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만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인가 아니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전세계 증시가 갈팡 질팡 방향성 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늘(12일)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내렸고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비록 강보합으로 끝났지만 오전보다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습니다. 우리시간으로 오후에 개장되는 유럽증시도 일단 출발은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미국 증시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이 모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최근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미국 증시와 달러화는 반등세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13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의 반영이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세계 채권시장에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미국 단기국채를 사겠다는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결정의 D-데이가 다가오면서 금리인하보다는 현상 유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올랐던 주가와 달러가치가 다시 내려가고 있는 거지요.

주식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CBS마켓워치에서는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했는데 앨런 그린스펀 현 FRB의장이 또 다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더군요. 아마도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사람을 선정한다 해도 그린스펀에 견줄 만한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번쯤 이런 질문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린스펀은 항상 옳은가? 그리고 금리를 내린다면 과연 호재인가? 하는 문제들 말이죠.

물론 기자가 그린스펀을 만나 본 것은 아닙니다만 그가 하느님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시장이 모르고 있는 것을 그린스펀이 안다면 그의 IQ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요. 시장의 IQ가 3000이라고들 하던데 그린스펀의 IQ는 그럼 3000이 넘는다는 말이 되는데 이에 동의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냥 우스개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 미국 언론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닉 체니 부통령을 묶어 "미국 경제의 치어리더"라고 부르더군요. 올들어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죠. 부시 행정부는 한 술 더 떠 "시장이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의 우매함(?)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우매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그린스펀과 미 행정부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번 꼼꼼히 따져 보기로 하죠. 미국 증시는 지난해 9.11 테러로 급락한 이후 연말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습니다. 상승세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죠. 이 때 미국 정부 관료들은 시장이 너무 빨리 흥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연말까지 11차례 금리를 내렸구요. 금리 인하는 물론 경제의 침체를 막고 시장에 유동성을 보강, 수요를 진작시키자는 의도로 해석하는게 맞겠지요. 그리고 미국경제는 올해 1분기 5%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미 증시는 그러나 2월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행정부와 그린스펀은 물론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지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구요. 정부 관료들은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고 그린스펀은 "미국 경제가 아직 약하기는 하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의회에서 발언했습니다.

그래도 주가는 계속 내렸습니다. 결국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1.1%로 크게 둔화됐습니다. 고용시장은 개선되지 않았고 산업활동도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가가 내린 것은 경제 영향 이외에 미국 기업의 회계스캔들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뢰하락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주식시장은 경제의 향후 청사진을 알려주는 지표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뉴욕타임즈는 이를 두고 지난주 기사에서 "미국경제의 치어리더들이 시장과의 전투에서 패했다"고 표현하더군요.

그럼 이제 금리인하가 증시에 호재인가를 따져 보기로 할까요. 금리인하가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가 "지금" 어떤 상태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리 자체가 1.75%냐 아니면 1.5%냐 하는 것 보다 말이죠.

11일자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 증시와 달러화가치의 동반 하락이 세계 경제가 글로벌침체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신호라고 하더군요.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각국 수출이 줄어들면 세계적인 공급초과현상때문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이 기사가 맞다고 한다면 그린스펀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겠지요. 그대로 유지한다면 오판이나 자만이 되겠구요.

싱가포르의 유력 일간지인 스트레이트타임즈도 12일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싣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말거나 증시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내용이죠.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고 이는 투자심리의 급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린스펀이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그린스펀 효과"를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할 것이란 얘깁니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오를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지요. 그린스펀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입니다. 그린스펀의 결정에 따라 주식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그린스펀을 조금만 덜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에겐 그린스펀보다 더 똑똑한 "시장"이 있으니까요. 그린스펀의 결정에 따라 시장은 잠시 출렁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지 않을까요.

그린스펀이 금리를 내리면 이는 미국 경제의 재침체 우려를 반영한 것이지만 또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빨라 질 수도 있는 것이구요. 금리를 유지하면 미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시장은 그린스펀이 오판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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