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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견제 한목소리 낸 브릭스…커진 존재감, 실행력은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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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9.14 09: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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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 완화·일방적 관세와 제재 반대
中·인도 해빙, 이란·UAE도 대화 물꼬
자국 통화 결제 구상…후속 조치는 미지수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브릭스(BRICS)가 미국의 관세·제재와 중동 전쟁을 둘러싸고 공동 대응의 목소리를 내며 확대된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과 인도는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고 전쟁으로 대립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도 대화의 장에 나왔다. 다만 회원국별 대미 관계와 안보·통상 이해가 엇갈리는 데다 공동선언에 구속력 있는 이행 장치가 없어 합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
14일 브릭스 정상들은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정상회의에서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중동 정세 악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글로벌 무역·공급망과 에너지 흐름, 해상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대미 견제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브릭스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나는 일방적인 관세·비관세 조치가 국제 교역을 위축시키고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국제법에 반하는 경제제재와 제3국까지 겨냥한 2차 제재의 철폐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서방의 대이란·대러시아 제재에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정상회의는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의 외교적 접점도 넓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년 만에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서로를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고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란과 UAE가 중동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같은 문안에 동의한 점도 성과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별도로 만나 긴장 완화와 지역 안정을 논의했다. 전쟁 발발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다.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브릭스가 적대국 사이의 대화 통로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제 분야에서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회원국들은 각국 결제망과 금융 메시징 채널의 상호운용성을 연구하고 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결제와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신개발은행(NDB)의 현지 통화 금융과 재원 조달처를 늘리고 회원국 간 무역을 지원할 보험·재보험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동통화나 통합 결제망 출범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선언은 국가별 금융환경이 달라 국경 간 결제에 ‘단일한 해법은 없다’고 명시했으며 참여국과 기술표준, 시행 일정도 제시하지 않았다. 중동 문제에서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원론적인 자제만 촉구했다. 회원국 확대가 외연과 대표성을 키운 반면 강한 합의를 끌어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후속 실행의 공은 2027년 의장국 중국으로 넘어갔다. 시 주석은 브릭스 인공지능(AI) 오픈소스 구역과 경제특구 협력체 조성, 서비스무역포럼 개최를 제안했다. 브릭스가 선언 중심의 협의체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외교 블록으로 자리 잡을지는 서로 다른 회원국의 이해를 조율하고 이번 합의에 구체적인 시간표를 붙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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