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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번 재판을 개인의 종교·표현·양심상의 자유와 종교단체의 규율 자율성 사이 ‘기본권 충돌’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기본권 주체가 충돌하는 권익 실현을 위해 대립되는 기본권을 주장하는 기본권 충돌”이라며 “이익 형량과 기본권 사이 실제적 조화를 꾀하는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양심, 종교, 표현의 자유를 교리와 무관하게 정당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 처벌 규정으로 인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 지양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종교 단체의 내부 조직 운영 및 규제를 위한 제재도 규율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처벌 규정이 유효 타당한지에 대한 피고 교리의 해석 및 가치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축복식 진행 사실이 동성애 찬성 동조 행위에 객관적으로 포섭될 수 있다”며 “이를 종합할 때 처벌 규정이 원고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직 2년 기간은 이미 만료했다”며 소를 각하했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 기도를 했다며 교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2년 10월 정직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목사는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이 목사가 같은 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재차 진행하자 감리회는 이 목사를 출교 조치했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감리회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 목사는 ‘정직 2년’ 무효소송과 별개로 지난 3월 ‘출교’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이 목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출교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한 바 있다.
이 목사 측은 이날 선고 직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목사 측 대리인 최새얀 변호사는 “양 기본권의 행사가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재판부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규정한 것을 어떻게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 목사도 “사랑하는 교회가 이렇게 망가져 가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오늘의 결과는 각하이지만 항소할 것이고 기어이 승리를 쟁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리교는 저의 징계를 이용해 구성원들을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징계를 동성애 찬성, 동조에 긍정적인 선례로 바꿔내겠다”며 “끝내 성 소수자 차별법인 재판법 3조 8항을 철폐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감리회가 추가로 6명의 목사를 고발 및 소환하고 이 목사를 지지한 약 140여명의 목회자를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목사는 “처벌과 검열의 시대이며 감리회의 극우 반동성애 인사들은 3조 8항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마치 독재시대의 보안법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럼에도 “누구도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교회,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우리는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