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없이 소설 쓰듯 추정"…해경 발표에 유족측 '반발'(종합)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22일 해양경찰청이 북한군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어업지도선 이탈 직전까지 인터넷도박을 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자 희생자 유족 측이 즉각 반발했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가 실종 한 달을 맞아 21일 무궁화15호에 승선해 수색현장 점검 후 연평도 바다에 정박해 선상 위령제를 치르고 있다. (사진= 하태경 의원실)

희생자의 친형 이래진씨는 23일 반박문을 통해 “CC(폐쇄회로)TV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하면서 마치 소설을 쓰듯이 추정해 수사당국이 마치 (희생자가) 범죄자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부실수사의 증거”라며 “정정 보도요청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지난 22일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피격된 A(47)씨가 무궁화10호에서 이탈하기 전에 도박 계좌로 돈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의 휴대전화와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도박 등 때문에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윤 국장은 이어 “지금까지의 수사사항을 살펴볼 때 A씨는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북측 민간선박에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A씨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경의 입장 발표에 대해 유족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씨는 반박문에서 “당시 연평도에는 서풍이 불었다는 연평도 어촌계장의 증언에도 해경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자세한 해상 상황을 배제한 점이 수사발표에 없었다는 것은 수사의 기본적인 부분에도 게을리한 것”이라며 “본선 승조원의 진술이 가장 정확한데 왜 10호 승조원들의 증언은 언급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변 연평도 주민 등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월북은 불가능하고 헤엄도 불가능하다고 이구동성 얘기하고 있다”며 “궁색한 발표엔 허점이 한두 개가 아니고, (월북이라는)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복수의 테스트라도 해서 말하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어 “중요 증언들과 선박의 상황은 배제하고 개인 신상 공격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수사는 인격모독과 이중살인의 행위”라고 덧붙였다.

희생자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양경찰은 지난 22일 한 달 동안 돌아가신 분을 아직까지 못 찾은 점에 대한 사과 표명과 그동안 수색에 경과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증거 없이 월북 중간발표를 다시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래진씨는 대통령이 유족에게 보낸 편지에 답한 조카의 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서 희생자의 아들 이모군은 “아빠는 잃었지만 어떤 분인신지 너무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다”며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대통령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약속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희생자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답장(사진= 유족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