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경비원 사건, 산업재해·살인미수죄 적용될까?

박한나 기자I 2020.05.19 10:17:35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입주민의 폭언과 폭력 등 갑질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아파트 경비원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와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의 처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숨진 경비원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해당 사건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산재 신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8일 이오표 성북구노동권익센터장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 이르면 이번 주 중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유족 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주차 단속 등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며 “이후 극단적 선택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해 1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재판정 코너에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와 조을원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산재 인정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따라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면 인과관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이를 근거로 산재로 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유사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의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당시 경비원의 사망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는 극단적 선택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에 대해 살인미수죄, 자살방조죄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살인미수죄 적용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백성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기존 여러 가지 사건들을 봤을 때 괴롭힘이나 성폭행을 당하고 그 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사망과 아까 말한 괴롭힘, 성폭행과의 인과관계는 법에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사망이라는 결과를 법원이 양형에 반영해 좀 더 중형으로 선고될 수 있다.

같은 시각을 보인 조을원 변호사는 “살인이 인정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되고 행위와 사망과 사이에 있어서 인과관계도 인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후배들 시켜서 죽여버릴 수 있다’이라고 말했을 경우에도 협박의 고의는 인정되지만 죽이겠다는 의도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에게는 수사 결과에 따라 폭행, 상해, 협박, 감금,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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