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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보당국 "러시아의 11월 중간선거 개입 시도 막겠다"

방성훈 기자I 2018.08.03 10:37:19

美정보당국 수장들, 백악관서 합동 브리핑
트럼프, 푸틴 회담 '역풍' 돌파하려는 의도 담긴 듯
"러시아, 2016년 대선 개입 때와 같은 시도 지속"
"SNS·해킹 등 광범위한 분야서 스며들 듯 선거 개입"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보당국 수장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개입 움직임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미국을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합법적인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에선 코츠 국장을 비롯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등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합동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정보당국 수장들은 러시아가 2016년 가짜뉴스 배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동, 해킹 등을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겐 부정적인 기사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겐 긍정적인 기사를 다양햔 채널을 통해 보급했다고 지적했다.

레이 FBI 국장은 “러시아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선거 기반시설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도 계속 개입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아직도 악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전, 이른바 정보 전쟁에 주력하고 있다”며 “선거 때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적들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저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유권자 등록 데이터베이스 해킹 등을 지속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닐슨 장관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표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FBI는 “해외로부터의 위협은 광범위하고 깊다”면서 미국 전역의 사무소에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수집한 정보들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NSC는 러시아의 해킹 시도를 막고 역추적하는 등 공세적인 사이버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러한 작전이 성공하려면 기밀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보기관 수장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시도가 현실적이고 지속적이며,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예방할 것인지, 지난 2016년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 기관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처럼 정보당국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 브리핑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미국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미-러 정상회담 이후 맞게 된 역풍을 정면돌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개입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부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거센 비판과 비난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추가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개최된 사이버보안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는 선거 개입 활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러시아의 선거 위협 저지를 위해 광범위하고 역사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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