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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 56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청사에 검은 정장에 푸른색 머플러차림으로 도착한 이 이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이 이사장은 ‘피해자를 회유한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없다”고 밝혔다.
또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 맞냐’ ‘가위나 화분을 던진 것이 맞냐’ 등을 묻는 말엔 “자세한 건 조사 후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에게 할 말 없느냐’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엔 “죄송하다”만 반복했다.
경찰은 이 이사장을 상대로 지난 2014년 5월쯤 인천 하얏트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인부를 폭행했는지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가정부와 수행기사 등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왔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특히 경찰은 이 이사장에 상습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폭행 혐의는 피해자가 원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이 이사장 측이 피해자들과 합의하면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습폭행 혐의를 적용할 경우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물벼락 갑질’로 구설수에 올랐던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폭행을 제외한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이 이사장으로부터 상습적인 폭언·폭행에 시달려 왔다고 진술한 피해자를 10명 가량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 일부는 이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폭언·폭행 의혹 이외에도 필리핀 가정부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러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만간 이 이사장 역시 소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또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관세 당국은 이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 조 전 전무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 세모녀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