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장마철, 관절 위협하는 습기 조심해야

이순용 기자I 2015.06.24 11:58:0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 최근 5년 간 무릎관절증 환자 32만명 증가
호주 대학연구팀, 연구결과 관절환자 92%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악화 되
- 땀을 많이 흘리거나 비를 맞은 상태로 있으면 관절통증에 습(濕)이 쌓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몇 개월간 논바닥이 갈라지고 호수와 강이 바닥을 들어낼 정도로 가물었기 때문에 이번 장마소식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반갑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때에도 장마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어르신들과 관절염 환자들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잦은 비 때문에 습도가 90%까지 올라가게 된다. 최근에는 동남아처럼 짧게 오는 국지성 호우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리 몸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관절에 이상이 있었던 사람의 경우엔 장마철에 들어가면서 매일 같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괴로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09~2013년)간 무릎관절증 진료 인원은 2009년에 235만명에서 2013년 267만명으로 5년간 약 32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들어 무릎 관절염과 같은 무릎 관절증 환자가 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무릎관절증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약 2.7배 정도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50세 이상의 연령층이 무릎관절증의 89.2%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0명 중 7명이 퇴행성관절염 등의 관절 노화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50대 이상에서는 70% 이상이 여성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박정자(여·65)씨는 지난 주말 저녁 외식을 가려는 가족들에게 우산을 챙기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여느 때 보다 맑은 날이었기에 가족들은 박씨의 노파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짓말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박씨와 같은 중년여성이 기상청 보다 정확하게 비 소식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무릎통증 때문. 몇 년 전부터 아려오던 박씨의 무릎은 최근들어 비만 오면 쑤시고 시큰거리는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박씨의 병명은 ‘퇴행성 무릎관절염’ 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속의 연골이 닳아 뼈와 뼈가 닿게 되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관절은 습도와 기압에 매우 민감한 기관이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장마철이 되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관절과 습도와의 관계는 다양한 연구에서도 알 수 있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에선 관절염 환자의 92%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고, 심지어 절반가량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으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30%쯤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다.

습도가 높은 시기에 무릎과 관절에 돌을 얹은 듯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 찾아 오는 이러한 증상을 한방에서는 습병(濕病) 이라고 한다. 장마철, 땀에 젖거나 비에 젖은 옷을 오래 입고 있을 경우 불필요한 습기가 땀구멍을 통해 몸 속으로 파고 들게 된다. 이렇게 누적된 습기는 관절에 쌓이고 근육조직과 신경에 자극제가 되어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박원상 부천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평소 관절염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장시간 습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되면 습병(濕病)이 발생할 수 있다”며, “꼭 관절통증이 아니더라도 비를 맞고 난 후에는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감이 느껴지며 감기몸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습(濕)이란 한 순간 사고를 당하듯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하듯 몸 안에 누적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일수록 평소에 습도가 높은 환경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마철 외출을 했다가 땀을 많이 흘렸거나 소나기를 맞았다면 최대한 빨리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드라이기로 머리와 손발을 말리고 차가워진 무릎에 따뜻한 바람을 쐬어 주는 것이 좋다. 욕조가 있다면 따뜻한 물에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는 것도 관절에 쌓인 한기와 습기를 몰아내는데 도움이 된다.

퇴행성 무릎질환과 관절염의 예방과 통증 감소를 위해서는 습도와 온도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라고 해도 실내의 습도는 45~60% 정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 요즘엔 더위를 피하고자 냉방기를 심하게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실내외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관절 주변의 근육이 뭉치고 관절 사이의 윤활액이 굳어져 관절 통증을 더욱 악화 시킨다. 관절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내 온도를 외부와 5~10도 이내로 조절하고 관절부위에 찬바람을 직접 닿지 않도록 무릎담요나 긴 옷을 준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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