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코인 관련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루나·테라 사태를 언급하면 말을 아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디파이 업계에서도 코인은 금기어가 됐다. 코인·토큰만 언급해도 ‘사기’, ‘다단계’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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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리스크는 실물과 연계하지 않은 코인은 실패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투자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연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그는 루나 2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달러 등 실물 자산을 담보하지 않은 루나 1·2 모두 투자자들을 현혹한 신기루로 결론났다.
둘째로는 루나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장 자정작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디파이 전문가인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기업 스스로 제대로 된 코인을 상장하고,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들쑥날쑥한 코인 상장·상장폐지 기준을 정비하고, 어려운 백서를 개선해 친절하고 상세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로 제도를 재정비하는 게 시급하다. 웹 3.0, 새로운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가상자산 산업은 죽이지 않으면서 안심 투자를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인 인호 컴퓨터학과 교수는 “스위스 규제당국과 같이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가상자산 사용에 따라 맞춤형 스마트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을 면밀하게 고려한 ‘메스’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가상자산 정책과 차별화를 예고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가상자산 범죄를 엄단하되 ‘시장 성장환경 조성’ 약속이 담겼다. 여기에는 거래안정성 제고, 투자자 보호장치 법제화 추진,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게 코인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망신주기, 마녀사냥식 단편적 대응이 아닌 로드맵을 가진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루나 사태로 피해 입은 28만 명의 눈물을 닦는 첫걸음일 것이다.